국정원 작성 추정 문건 내용, 박근혜 후보 입에서..

2013. 5. 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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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보수논객 일제히 국정원 추정 내용 주장… 2011년 반값등록금 들끓은 시점도 일치해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국가정보원 출처 의혹을 받고 있는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이라는 문건이 작성된 시점에 보수 언론과 보수 논객들이 나서 국정원 추정 문건의 내용을 적극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문건에서 국정원은 "(야당과 좌파진영, 종북단체)이들의 정부책임론 주장은 지난 과오를 망각한 비열한 행태"라며 "대학등록금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05~08년간 물가상승률 대비 4~5배 까지 인상했던 것을 정부가 인상폭을 물가상승률내로 안정시킨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건에는 "각계 종북좌파인사들은 겉으로는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자녀들은 해외에 고액 등록금을 들여 유학보내는 등 이율배반적 처신"을 하고 있다며 당시 정동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목했다.

이어 문건에는 "트위터를 통해 아예 공짜 등록금을 주장하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도 장남을 대원외고 1학년에 재학 중 미국고등학교와 대학에 유학"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인사들의 이중처신 행태를 홍보자료로 작성, 심리전에 활용함과 동사에 직원 교육자료로 게제"할 것을 지시했다.

문건에는 이 같은 내용이 2011년 6월 1일 작성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그리고 문건이 작성되고 정확히 일주일 이후인 9일 보수 성향의 D신문에서는 < "정동영의 '무상 등록금' 주장은 대국민 사기극" > 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D신문은 기사에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연일 '무상 등록금 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 최고위원의 '무상 등록금' 실시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어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동영 의원은 자신의 자녀를 수만 달러씩 드는 미국의 사립기숙학교에 조기유학시킨 장본인이다. 무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든 말든 자신의 자녀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과 같다. 때문에 정동영 의원의 '무상 등록금' 실시 주장은 대국민 사기극이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D신문은 "정 최고위원의 장남은 초등학교 1~3학년을 미국에서 다녔고, 대원외고 1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며 "당시 유학 간 학교는 미국 보스톤의 명문사립고인 브룩스 스쿨. 1년에 학비만 6천만 원이 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좌파 인사의 이중처신 행태를 심리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국정원 추정 문건의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정동영 의원 자녀의 외국유학은 지난 2004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이지만 2011년 6월 시점에 갑작스럽게 튀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D신문 대표는 "시민단체 쪽에서 이미 정동영 의원의 자녀 유학 얘기가 돌았었고, 국정원 쪽에서도 그런 칼럼과 논평을 보고 작성을 한 것 같다"면서 "국정원이 디테일하게 한 언론사에 지시를 하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값등록금 관련 문건

국정원 추정 문건이 작성된 시점에 보수 언론뿐만 아니라 보수 시민단체에서도 야당을 탓하며 정부를 지원사격했다.

2011년 6월 13일 한 보수단체의 인사는 "등록금을 폭등시켰던 역적패당 민주당이 자신들의 죄를 숨기고자 등록금 시위를 주동했다"면서 "국민 열망을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 마련에 골몰해도 부족할 판에 야당 지도자란 사람들이 촛불집회를 기웃거리며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언동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국정원 추정 문건이 작성되고 약 한달 뒤인 7월 21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 등이 작성한 '1999년 이후 등록금 인상 현황'이 언론보도됐다.

언론은 "지난 정부에서는 대학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2배 이상 앞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각각 2.7%, 3.2%였지만 대학등록금 인상률은 국ㆍ공립대를 기준으로 6.0%와 9.1%"라고 보도했다.

이후 반값등록금의 주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폭등해놓고 이제와서 이명박 정부의 탓이라는 대응논리가 대선 직전까지 일상화됐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2011년 9월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당시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을 보면 국민의 정부에서는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 참여정부에서는 물가상승률의 3배 정도 등록금이 인상됐다, 반면 현 정부 들어서 3년간은 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반 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선 사흘 앞둔 토론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국공립대 등록금은 51.7%, 사립대는 35.4% 폭등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4% 올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에서라도 반값 등록금을 실천해야 하는데 5년 내내 반값 등록금을 해 달라는 민주당 요구를 묵살하다가 선거 때 와서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서 가장 높게 등록금 인상률이 띈 시기는 김영삼 정부 시절 199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립대 등록금의 평균 인상률은 11.5%였고 사립대는 16.2%였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반값등록금 모니터링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는데 2011년 6월부터 당시 한나라당이 대대적으로 등록금 정책에 대해 노무현 정부 탓으로 들고 나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추정 문건이 작성된 2011년 6월 당시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 촛불과 비슷한 양상을 띠며 반값등록금 문제가 전국을 들끓게 만들었던 시점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결합해 만 명 이상의 인원이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경찰은 서울광장집회를 허용하지 않았고 도로를 무단 점거한다며 학생들을 연행했다. 6. 10 항쟁 기념일을 맞아서는 2만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정치권 인사과 각계 시민단체들도 참여해 반값등록금 공약 추진을 촉구했다. 반값등록금 문제가 폭발성을 보인 시점에서 국정원이 개입해 사태를 진정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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