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술자리서 첫 성추행"..아침 속옷차림 다시 불러

박승희 입력 2013. 5. 11. 01:10 수정 2013. 5. 1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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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먹칠한 윤창중 스캔들미국 국적 인턴 성추행 의혹호텔에 짐 놔둔 채 급히 귀국대통령 방미 중 대변인 경질

"어? 왜 윤창중 대변인이 안 보이지?"

 8일 오후 3시(이하 워싱턴 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순방팀이 뉴욕·워싱턴에 이어 세 번째 미국 방문지인 로스앤젤레스(LA)로 향했다. 그러나 워싱턴 근교의 앤드루 공군기지를 이륙한 전용기 안에는 한 사람의 좌석이 비어 있었다. 윤 대변인의 자리였다. 하루 뒤인 9일 오후 1시50분(한국시간 10일 오전 2시50분) 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며 LA 현지에서 윤 대변인의 경질을 발표했다.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워싱턴에 도착한 6일 오후 3시부터 나홀로 귀국 비행기를 탄 8일 오후 1시35분까지 46시간여 동안 윤 대변인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정확히 말하면 그는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청와대와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 현지 교민 등의 전언을 종합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7일 청와대 수행팀은 축제 분위기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성공적이었다"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비극은 방심의 순간을 노렸다. 7일 박 대통령 일행의 마지막 일정은 오후 6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이었다. 윤 대변인은 이 행사를 마치고 밤 8시쯤 백악관 근처에 있는 윌러드 호텔의 바에서 자신을 도운 여성 인턴 A씨(23세)와 술을 마셨다. 윌러드 호텔은 윤 대변인이 묵은 페어팩스 호텔과는 차로 20여 분 떨어진 곳이다. 이날은 윤 대변인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술자리엔 윤 대변인의 운전기사도 동석했다가 먼저 자리를 떴다는 얘기도 있다.

 역대 대통령의 해외 순방지에선 순방기간 동안 임시로 업무를 도와줄 무보수 자원봉사 인턴 직원을 뽑는다. 인턴직에는 교포 자녀 등 대학생들이 몰린다. 대통령 행사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의 인턴직은 경쟁률이 10대 1이나 됐다고 한다.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의 눈을 피해 몰래 술자리를 갖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9일 본지가 입수한 워싱턴 메트로경찰청의 사건보고서에 따르면 윤 대변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술 취한 상태에서 A씨에게 해선 안 될 성추행을 했다. 보고서엔 '56세의 남성이 7일 밤 9시30분~10시 피해자의 허락 없이 엉덩이(buttocks)를 움켜쥐었다(grabbed)'고 적혀 있었다. 다만 보고서엔 사건발생 장소 가 호텔 방 이라고 돼 있다. 이 때문에 윤 대변인이 처음엔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나중에 A씨와 호텔 룸으로 장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A씨는 윤 대변인을 피해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와 동료에게 이 사실을 말하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경찰 보고서에는 없지만 동료 인턴과 대사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변인의 추행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윤 대변인은 술에 만취한 채 8일 새벽 페어팩스 호텔(기자들과 함께 묵고 있던 호텔)로 들어왔다. 오전 5시쯤 만취한 윤 대변인을 목격했던 기자들도 있었다. 윤 대변인은 한 시간 뒤인 오전 6시쯤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료를 가져오라"고 호출했다. A씨가 윤 대변인의 방에 들어갔을 때 윤 대변인은 알몸에 가까운 속옷 차림이었다고 한다. 놀라고 격분한 A씨는 곧바로 현지 경찰에 전화로 신고를 했다.

사건보고서에는 신고시간이 8일 낮 12시30분으로 돼 있으나 대사관 관계자들과 동료 인턴들은 대부분 신고시간이 이날 오전 8시라고 밝혔다. 경찰 보고서엔 나중에 정황 증거로 삼을 수 있는 호텔 내 '보안 카메라'의 존재도 적혀 있다.

사건 뒤 수행경제인 조찬 모임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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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워싱턴 경찰은 신고를 받고 호텔로 출동했다. 윤 대변인은 자신이 외교 사절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나중에 소환할 테니 일단 호텔에 머물고 있으라고 통보했다. 뒤이어 워싱턴 경찰은 이 사건을 국무부에 알렸고, 국무부 의전 파트에서 주미 한국대사관 측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대사관엔 비상이 걸렸다. 특히 A씨의 신분은 미국 시민권자인 만큼 사건은 심각한 상황이 됐다. 윤 대변인은 현지 경찰에 신고된 시간인 오전 8시 수행경제인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윤 대변인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걸 봤다는 수행팀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까지 참석했다가 그는 서둘러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미처 숙소에 있는 짐도 챙기지 못한 채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윤 대변인이 떠난 방에 옷가지와 면도기 등이 어지러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변인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한국으로 떠난다고 보고를 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적어도 순방팀이 윤 대변인의 출국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윤 대변인이 청와대와 상의하고 출국했는지, 혼자 도피하다시피 한 건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윤 대변인이 대사관 측으로부터 출국과 관련한 조언을 들었다는 소문도 있다.

 그가 호텔을 떠나던 시각 박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6차례의 기립박수와 41차례의 박수를 받으며 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대통령의 대변인'은 나홀로 도주성 출국에 나선 셈이다. 윤 대변인은 공항에 갈 때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관용차량이 아닌 택시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곤 대한항공 발권 창구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400여만원에 달하는 인천공항행 KE 094편 비즈니스 좌석표를 끊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혼자 귀국행 비행기를 타자 승무원들과 일부 승객은 의아해했지만 윤 대변인은 말없이 잠만 잤다고 한다. 마침 옆자리도 비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측은 연막을 치느라 애썼다. LA에서 귀국설의 진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관계자들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부인이 위독하다"고 둘러댔다.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4시5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윤 대변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이남기 홍보수석에게만 알리고 출국

 당초 청와대는 이 사건을 적어도 박 대통령 귀국 전까진 덮어두려고 했던 것 같다. 사건이 곧장 언론에 터져나가면 박 대통령 방미 성과의 빛이 바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9일 오전 6시8분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시 USA' 게시판에 글이 하나 뜨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주미)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씨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미대사관에는 함구령이 내렸다. 인턴들을 관리해 온 워싱턴 한국문화원 건물의 출입문은 평소와 달리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러자 교민사회가 들끓었다. "피해자가 미국 국적의 인턴 직원이다" "워싱턴 경찰에 이미 사건이 접수됐다"는 등의 제보가 쏟아졌다.

 이 사이 서울에 도착한 윤 대변인은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심각한 상황이란 판단을 내렸다. 더욱이 중앙일보가 10일자에 윤 대변인 성추행 연루설로 귀국했다는 기사를 쓴 사실이 전해지자 LA에 머물던 청와대 방미수행단은 더 이상 비밀을 감출 수 없었다.

 9일 정오께 이남기 수석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윤 대변인 사건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윤 대변인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경질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후 1시50분(한국시간 10일 오전 2시50분). 마침내 이남기 수석은 LA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 프레스센터에 나타나 윤 대변인 경질 사실을 브리핑했다. 대통령이 해외에 머무르는 동안 청와대 대변인의 경질을 발표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창중 "억울하게 신고됐다" 해명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에 "가벼운 성추행 혐의로 억울하게 미국 경찰에 신고가 됐는데 일단 사표를 수리해달라"며 "대외적으로는 자진사퇴로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윤 대변인은 또 "술을 마시긴 했지만 운전기사까지 있었는데 어떻게 성추행을 할 수 있단 말이냐"며 "A씨가 방에 들어왔을 때도 속옷 차림이었던 것은 맞지만 당시 막 샤워를 마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윤 대변인은 "A씨가 미국 시민권자여서 미국 경찰이 조사를 하면 내가 일방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어 객관적인 조사를 받기 위해 귀국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경찰청의 그웬돌린 크럼프 공보국장은 본지 기자의 질문에 "성추행(Misdemeanor Sexual Abuse) 사건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이라는 서면답변을 보내왔다.

 10일 현재 윤 대변인은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자택과 숙소였던 서울 충청로역 인근 오피스텔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신용호 기자 < pmaster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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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신용호 기자 pmas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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