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피해자 "장기라도 팔아서 입금하라고.."

2013. 5. 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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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 물량 이상 강매 '밀어내기'비일비재- 유통기한 마지막날 제품 받아도 반발 어려워- 한 달 천만원 손해보며 울며 겨자먹기 운영

CBS < 김현정의 뉴스쇼 >

■ 방송 : FM 98.1 (07:00~09:00)■ 진행 : 김현정 앵커■ 대담 : 남양유업 보광대리점 김대형 대표

지금 한 음성파일을 들으셨는데요. 삐 소리가 많아서 무슨 내용인지 잘 파악은 못하셨을 겁니다. 이 내용은 한 우유 회사의 영업사원이 우유대리점 주인에게 폭언을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차마 방송에 담을 수 없는 단어들이 너무 많이 다 보니까 저희가 삐 소리를 넣어서 조금밖에 들려드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실제 전화녹음 파일입니다.

이 음성파일 전체 내용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지금 그 파문이 일파만파입니다. 도대체 우유유통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생생한 증언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남양유업 대리점을 10년 동안 운영하고 계시는 분이세요. 김대형 씨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우유대리점이라고 하면 여느 대리점부터 본사에서 납품 받아서 소매상에 넘기는 그 중간다리 역할을 하시는 거죠?

◆ 김대형 > 네, 맞습니다.

◇ 김현정 >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본사에서 물건 받아서 소매상한테 넘기면 되는데 도대체 저런 욕설이 오갈 이유가 뭐가 있나 이해가 안 가거든요.

◆ 김대형 > 회사에서는 밀어내기를 해서 대리점에게 강매를 시킵니다.

◇ 김현정 > 밀어내기가 뭡니까?

◆ 김대형 > 제품을 주문하지 않았어도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물건을 주는 행위인데요. 밀어내기가 1, 2박스면 이해를 하는데 주문을 하지 않아도 50박스, 심지어는 10배 이상의 물량을 보내기 때문에 화가 나서 통화를 하다보니까 욕설이 오고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 그러니까 '우리 대리점에서는 10박스만 필요합니다' 라고 주문을 했는데, 남양유업 본사 영업직원은 '그쪽은 50박스, 팔아야 돼'.

◆ 김대형 > 많게는 100박스도.

◇ 김현정 > 많게는 100박스 주문도 들어와요?

◆ 김대형 > 네. 그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 하다못해 당일자 제품을 넣을 때도 있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이건 뭔가요?

◆ 김대형 > 분명 있고요. 대리점은 회사에서 당일자 제품이 오더라도 거래처에 진열을 못합니다. 당일자 제품을 진열을 어떻게 합니까? 그냥 받는 순간에 거의 폐기하거나 주변 분들한테 나눠주면서도 날짜 짧은 게 회사에서 이런 게 왔다. 미안하다. 저희가 오히려 해명을 하고 주변 분들한테 나눠주고 그렇죠.

◇ 김현정 > 유통기한이 오늘이 5월 6일인데 5월 6일자 우유를 오늘 납품을 받아요?

◆ 김대형 > 분명히 있습니다.

◇ 김현정 > 그러면 그냥 주변에 나눠주고 버리고 말아요?

◆ 김대형 > 네. 그런 경우가 태반이었고요.

◇ 김현정 > 태반이라고요?

◆ 김대형 > 많습니다. 분명히 있고요.

◇ 김현정 > 밀어내기로 10박스 필요한데 50박스, 100박스를 받았다. 그러면 안 팔리는 건 다 어떻게 하세요?

◆ 김대형 > 폐기하거나 저희가 다 버립니다. 대부분 버리는 게 더 많았고, 주변 분들한테 주는 것도 미안해서 날짜도 당일자나 지난 날짜를 주면서도 죄송스럽기 때문에 버리는 게 더 많았습니다.

◇ 김현정 > 그걸 다 돈을 내고 받아오세요?

◆ 김대형 > 그거 당장 그 달에 이거를 얼마만큼 빼주겠다고 저희한테 거짓말을 합니다, 항상. 저희는 항상 그 거짓말을 믿고 지금까지 왔고요.

◇ 김현정 >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얼마씩이나 손해를 보신단 말이예요?

◆ 김대형 > 대리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한 달에 약 1,0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 김현정 > 1,000만원 적자를 보면서도 그 밀어내기를 다 감당한다?

◆ 김대형 > 네.

◇ 김현정 > 아니, 그럼 '그만 보내라', '우리는 그건 우리 다 못 판다', '내가 1,000만원씩 손해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해 보시지요?

◆ 김대형 > 저도 많이 싸워도 보고, 담당한테 제가 울면서 '사금융을 쓰면서 너희한테 입금을 시킨다.' 제가 정말 그런 식으로도 얘기를 해 봤는데 전혀 들어주지 않았고, 오히려 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네가 그렇게 대리점 할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으면 팔고 나가지 뭐 하러 계속하냐' 오히려 그런 식의 대화가 더 많았습니다.

◇ 김현정 > 만약 거기서 관계를 끊어버리면 영영 남양유업의 모든 유제품은 못 파는 겁니다, 그 대리점은?

◆ 김대형 > 그렇다고 봐야죠. 그리고 또 권리금이 매몰되고 권리금이라는 게 저희 전 재산인데 그걸 못 받게 되면 더 힘들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그냥 계속 이어져왔었어요.

◇ 김현정 > 권리금 못 받고 그냥 뺄 수는 없으니까.

◆ 김대형 > 네.

◇ 김현정 > 이런 부조리한 유통구조 속에서 앞에서 소개해 드린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음성파일 속의 상황이 벌어 진건데, 이게 특이한 상황이 아닌 종종 벌어지는 일인가요, 많은 대리점에서?

◆ 김대형 > 실례로 작년에 제가 10월경에 회사 미수금 때문에 팀장이랑 통화를 하는데 제가 '회사의 방침이 연말까지 입금을 못하면 안 된다. 입금을 해라', 그래서 제가 '사금융까지 동원해서 입금을 막고 있는데 미수금은 조금 늦게 상환하겠다.' 그랬더니 무조건 상환을 하라 그러길래 '그러면 제가 장기라도 팔아서 입금을 해야 되겠냐?'

◇ 김현정 > '내 장기라도 팔아서 입금해야 됩니까?' 이런 얘기까지 하셨어요?

◆ 김대형 > 제가 먼저 '장기라도 팔아서 입금을 해야 되겠냐?' 하니까 팀장이 주저 없이 '그럼 장기라도 팔아서 입금하세요.' 하고 그 뒤로부터 전화를 끊고, 팀장이라는 사람이. 사채업자보다 더 못하다고 제가 회사를 항상 그렇게 말해요.

◇ 김현정 > 이게 김 사장님이나 앞에 전화파일 속의 주인공 같은 분들만 겪은 일이 아니라 주변에서 자주 듣는 얘기란 말씀이세요?

◆ 김대형 > 제가 특히나 이번 협의회를 구성을 하면서 많은 사례들을 들어보니까 정말 이런 경우는 많구나. 또 모멸감, 사람에 대한 모멸감을 회사에서 너무 줘서 거기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 김현정 > 지금 사금융 당겨쓰셨다고 했는데 얼마까지 당겨 써보셨어요?

◆ 김대형 > 지금 제 빚의 사금융이 한 30% 정도.

◇ 김현정 > 얼마나 빚지셨어요, 지금?

◆ 김대형 > 사금융하고 지인 분한테 빌린 거만 한 4,000만원정도 됩니다. 사금융에서도 제가 VIP라고 금리 우대해 준다는데 그게 37%입니다.

◇ 김현정 > 참 웃지 못 할 일이네요. 혹시 그러면 대리점주분들 모이면 그 우유업체의 대리점 대응매뉴얼이 있구나, 존재하는 구나, 이런 게 느껴질 정도라고 하세요?

◆ 김대형 > 처음에는 신입담당이 들어오면 이 친구 참 착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난 담당이랑 다른 게 없이 비슷한 말, 어떨 때는 똑같은 말을 저한테 해 대니까 이름만 달랐지. 같은 친구, 같은 얘들이랑 얘기하고 있단 느낌까지 받을 정도예요.

◇ 김현정 > 그게 그냥 밀어내기 요구 정도가 아니라 거기에는 욕설, 듣기 어려운 인격모독적인 발언까지 간다는 말씀이세요?

◆ 김대형 > 너무 인간적 모멸감을 많이 느끼죠.

◇ 김현정 > 이게 남양유업만의 문제입니까?

◆ 김대형 > 제가 지금 유통 10년 정도 하고 있는데 주변 유제품 회사를 정말 잘 알아요. 하지만 정말 갑중의 갑은 남양유업입니다.

◇ 김현정 > 이렇게 심한 곳이 많지는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대형 > 네.

◇ 김현정 > 지금 많은 청취자분들이 이런 문자 주세요. '아니, 그렇게 까지 안 좋은 꼴 당하면 4,000만원 빚지면서까지 운영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그만두시라.'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김대형 > 저도 권리금 문제도 있지만 개인적인 문제인데요. 군대 제대하고 바로 처음 접한 직업이 이 계통이고, 이 직업이었기 때문에 따로 이직하거나 그게 좀 더 무섭고 두려웠었고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고요.

◇ 김현정 > '이 직장 그만두고 다른 일 해라'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사실은. 그렇다고 해도 남양유업이라는 곳과 관계를 끊을 수는 없는 상황이고, 그러니까 질질 끌려 다니는 상황이다, 대부분이 그런 상황이시군요.

◆ 김대형 > 네.

◇ 김현정 > 혹시라도 불이익 받을까 봐 저희가 익명 인터뷰를 권했는데 그냥 실명으로 하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다 더 큰 불이익 받으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 김대형 > 제가 지난 10년 동안은 정말 슬펐고, 최근 3년 동안은 정말 지옥 같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그 남양유업한테 당한 모약과 수치심을 또 가정피해를 가명이나 변조해서 말하기 정말 싫었고 정말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 김현정 > 남양유업 사태, 지금 논란이 일파만파입니다. 대리점주들에게 밀어내기라고 하는 그러니까 일정량을 반드시 판매하라고 떠넘기는 이 방식, 그 과정에서 인격모독, 막말 욕설이 오가는 갑의 횡포, 오늘 함께 짚어봤습니다. 김대형 씨 오늘 증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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