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이 목사보다 합리적"

2013. 5. 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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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특집2] "동성애는 죄"라는 목사 설교로 상처받은 성소수자 기독교인들… 2007년 비해 SNS 타고 동성애 비하 논리 더 빨리 확산

"저희 목사님이 예배 중에 차별금지법 얘기를 해서, 듣기 싫어도 들리니까… 동성애를 죄라고 하시는데, 제가 거기에 있는데 목사님께 말씀도 못 드리고…."

"내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

민주당의 차별금지법 철회가 알려진 4월22일, 서울 마포구 '여성과 일 공간 나비'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는 긴급번개'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하는 시간, 한 여성이 일어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자 듣는 이들의 눈가에 물기가 번졌다. 그곳에 함께 있지는 않아도, 그와 같은 고통을 당할 이들은 전국에 있었을 것이다.

20대 초반, '레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녀는 모태신앙인이다. 태어나서 한 곳의 교회만 다녔고, 평생 그곳에 나가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며 살았다. 그는 "성소수자라고 해서 한 번도 하나님을 안 믿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무기력하게 설교를 들어야 했던 시간, 그는 "내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목사는 이날 설교의 반을 차별금지법 이야기로 채웠다. 그는 '목사님이 잘못 아셔서 그렇지, 목사님도 사람이니까 실수를 하시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그 시간을 버텼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군형법 문제가 제기된 무렵, 비슷한 설교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교회가 멀어지는 느낌이다. 레인은 "교회 모임에서 '일상에서 은혜받은 이야기를 말해보세요' 하면 점점 할 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이런 성소수자의 손을 잡아주는 목회자다. 임 목사는 "이런 일로 상처받은 이들이 오면 그저 운다"고 전한다. 2007년에 견줘 2013년 차별금지법 반대는 교회 조직의 실핏줄을 타고 전국으로 깊숙하게 퍼졌다. 레인처럼 지역으로 퍼진 반동성애 기운에 슬픔을 느낀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임 목사는 "카톡이나 소셜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잘못된 동성애 혐오 논리가 2007년에 견줘 더욱 빠르고 넓게 확산됐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육우당 같은 생각하는 이들이"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는 "신학교에서 인권교육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자들이 목사들보다 합리적"이라며 "복음주의 교회 교인들도 다양한 미디어에 열려 있어 교회에서 배우지 않았지만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차별금지법에 대해 개신교 언론이 비판적인 견해를 쏟아내고 있어 다양한 견해를 접할 기회가 적다"고 우려했다.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2003년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중 '동성애' 조항 삭제를 놓고 개신교가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는 성명을 냈다. 결국 조항은 삭제됐지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동성애자 청소년 '육우당'은 보수 개신교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10년, 강산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 있다. 4월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고 육우당 10주기 추모 기도회'가 열렸다. 임보라 목사는 "지금 어느 곳에선가 육우당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라고 걱정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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