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의혹' 핵심 관련자 줄소환..수사 급물살
착수 열흘만에 원세훈 前원장·이종명 前3차장 조사
'공소시효 임박·치밀한 법리검토 필요' 수사특성 반영
착수 열흘만에 원세훈 前원장·이종명 前3차장 조사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2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전격 소환,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원 전 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직원들의 인터넷 댓글 작성을 지시했는지, 국정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불법행위에 가담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7일에는 '인터넷 댓글' 작업을 한 실무자들의 직속 상관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원 전 원장은 이번 사건의 정점에 서 있는 핵심 인물이며 이 전 3차장도 의혹의 열쇠를 쥔 중요 인물이다.
검찰이 핵심 인물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면서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빨리 핵심 국면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그간 대형 의혹 수사의 경우 제보자나 참고인 등을 먼저 조사하고 관련 증거들을 임의 수사나 강제 수사의 방법으로 사전에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처럼 의미있는 관련자 진술이나 증거자료를 수집한 뒤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핵심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하거나 체포하는 수순을 취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수사는 공안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수부의 대형 사건 수사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 조직 구성과 업무 처리 절차 등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국정원을 상대로 한 수사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여타 사건처럼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관계자 진술을 통해 수사 방향을 가늠하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 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검찰은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을 꾸릴 때부터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 이 전 3차장에 이어 원 전 국정원장을 조기에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며 "수사의 큰 방향을 잡아나가기 위해 (조기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점도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는 오는 6월 19일로 5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에 원 전 원장의 지시 여부,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행위 가담 여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3명 이외에 여타 관련자들의 개입 여부 등 검찰이 확인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또 사안의 속성상 단순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서 수사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불법 활동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다는 점에서 여타 사안에 비해 치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해 검찰은 우선 핵심 인물들을 불러 최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법리적 검토를 꼼꼼히 해 가면서 미진한 부분은 추가로 관련자를 부르거나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원 전 원장과 이 전 차장 등 핵심 인물들은 앞으로 여러 번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2월 12일 민주통합당이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시작됐다. 경찰은 4개월여가 흐른 지난 18일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로 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모, 이모씨와 일반인 이모씨 등 3명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 윗선에 대해서는 한 차례 소환 조사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신속하면서도 철저히 수사해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밝혀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검찰이 핵심 인물들의 조기 소환 등 발빠른 행보를 보임에 따라 향후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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