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심리정보국장 "댓글작업 관여" 인정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 등 온라인 사이트에서 국내 정치와 관련된 '댓글작업'을 하는 과정에 민모 당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이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민 국장도 검찰에 출석해 댓글작업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문제가 불거진 뒤 심리정보국을 '심리전단'으로 축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민 국장을 지난 25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6일 밝혔다. 민 국장은 변호인 입회하에 10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민 국장이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김모씨 등의 댓글작업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그를 소환했다. 민 국장은 검찰에서 댓글작업에 관여한 사실 자체는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국장은 다만 "댓글작업은 인터넷 종북활동에 대한 대응이었을 뿐 정치나 선거에 개입할 의도는 없었고, 개입한 사실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불거진 뒤 국정원이 해명한 내용과 같다.
경찰은 댓글작업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김씨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의 판단대로라면 민 국장은 김씨 등의 댓글작업에 관여한 사실 자체로 정치에 개입한 것이 된다. 민 국장이 관여했다는 것은 댓글작업이 국정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댓글작업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이뤄졌거나, 적어도 원 전 원장이 작업 내용을 보고받았을 개연성도 그만큼 커진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국정원 정치 개입의 윗선 '연결고리'로 지목된 민 국장을 거쳐 원 전 원장을 겨누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 국장은 경찰의 두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경찰은 민 국장의 이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국정원은 남재준 원장이 취임한 뒤 심리정보국을 심리전단으로 축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 국장은 최근 보직 해임된 뒤 대기 발령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의 심리정보국 폐지 여부에 대한 질의를 받은 뒤 "심리전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정원 측은 "심리전단은 원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원래 임무는 대북 심리전"이라고 설명했다.
<정제혁·구혜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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