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까지 1억 이상 필요.. '돈스쿨' 된 로스쿨

장은교 기자 입력 2013. 4. 26. 00:03 수정 2013. 5. 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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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비율 '최소 기준'만 지켜

2011년 10월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ㄱ씨(당시 31세)가 투신해 숨졌다. 한 지방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ㄱ씨는 비싼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부모님의 뒷바라지로 10여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그해 3월 로스쿨에 입학했다. ㄱ씨는 1학기에는 전액장학금을 받았으나 2학기에는 성적이 떨어져 등록금 500만원을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겠지만, 로스쿨의 높은 학비도 원인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그의 자살은 '돈스쿨' 논란을 촉발시켰다. 2009년 로스쿨이 문을 연 이후 로스쿨은 내내 '돈스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반 대학원 등록금의 몇배에 이르는 높은 학비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이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 국립대 로스쿨 1년 평균 등록금은 1004만원, 사립대 로스쿨은 2075만원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중 입학금을 포함해 1년 등록금이 2000만원을 넘는 곳이 총 6곳이었다. 3년 과정을 이수하려면 6000만원이 넘는 학비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생활비와 로스쿨 입학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험, 스펙 쌓기 등에 필요한 돈을 따져보면 한 사람이 로스쿨을 입학해서 졸업하는 데 1억원이 훨씬 넘는 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세대 로스쿨은 "2661만원은 입학시 1회만 납부하는 입학금 300만원 가량이 중복 계산된 것"이라며 "굳이 입학금을 산정한다면 3년으로 나누어 2100만원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쿨의 높은 학비에 대한 우려는 개원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로스쿨 측은 이런 비판에 대해 장학금 비율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열악한 계층의 선발 비율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로스쿨 인허가 기준에는 '장학금 지급 비율 20%', '사회취약계층 선발 비율 5%'가 명시돼 있었다. 지난 3년간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률은 실제 20%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로스쿨이 장학금 지급 비율을 더 늘리지 않고, '최소 기준'만 지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로스쿨만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학생 ㄴ씨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데도 엄청난 돈이 든다. 학원강의부터 생활비까지 엄청난 비즈니스가 형성돼 있는데 그 비용은 통계도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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