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목격한 학생 44% "얻어맞는 친구 못 본 체했어요"

김연주 기자 2013. 4. 23.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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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생 5530명 실태조사

"우리 반 애가 옆 반 가서 휴대전화랑 돈 뺏는 걸 봤어요. 하지만 옆 반 선생님이 물었을 땐 모르는 척했어요. 나랑 친한 애도 아닌데 괜히 아는 척했다가 귀찮아질까 봐…. 그리고 가해자가 나한테 '왜 일렀느냐고 따질 게 뻔하잖아요? 절 욕하고 다닌 후배를 때렸을 때도, 옆에서 보던 애들이 말리긴커녕 '맞을 짓 했네' 하면서 자기들도 같이 때렸어요."

지난해 학교 폭력 사건을 일으켜 상담 치료를 받고 있는 고교생 성규(가명·18)가 털어놓은 얘기다. 성규에게 맞은 후배는 보름간 입원했다. 성규는 "여러 명이 때리다 보니 걔 얼굴이 많이 부어서 걔네 엄마가 알게 됐지, 안 그랬으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후배의 어머니가 학교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지켜본 아이 중 누구도 나서지 않았을 거란 얘기였다.

작년 한 해 정부가 강력하게 학교 폭력 추방 정책을 펼쳤지만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5530명을 조사해보니,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간 학교 폭력을 목격했다"고 답했다(41.7%). 3명 중 1명은 작년 한 해 학교별로 진행된 학교 폭력 예방교육이 "효과 없었다"고 했다. 커다란 강당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들이 한 귀로 흘려들을 뿐 진심으로 감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방관'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방관의 밑바탕에는 불안과 무관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왜 말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과반수 아이가 "나도 당할까 봐"(30.6%), "관심이 없어서"(26.9%), "도와줘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3.5%)라고 답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관계자들은 "또래 대다수가 '폭력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쏘아보는 교실에서는 아무리 힘센 아이도 멋대로 폭력을 휘두르지 못한다"고 했다. 방관을 해결하지 않는 한 학교 폭력은 줄거나 끊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남이 당할 때 모른 척했다"고 답한 아이 4명 중 1명이 "나도 남을 괴롭혔다"고 털어놨다(24.7%). 반대로 "남이 당할 땐 방관했지만, 나 자신도 괴롭힘 당했다"는 아이도 5명 중 1명이었다(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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