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반으로..' 두쪽 난 일반고 교실

권영은기자 2013. 4. 1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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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따라 1~2개 반 운영.. 조회 끝나면 위치 이동학생도 교사도 차별 교육피해의식 등 부작용 심각교육청, 민원에도 모른 척

"ㅇㅇㅇ선생님은 '우등반'을 맡지 마세요. 실력이 됩니까?"

지난 3월초 서울 강북지역 A고. 일반고인 이 학교는 교장의 한 마디에 한 3학년 영어교사의 담당학급이 예고도 없이 바뀌었다. A고는 한 학년 14개 학급중 2개 학급을 '우등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반은 대부분 기간제 교사가 맡고, 우등반에는'우수교사'가 배치된다. 이 학교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특별학급인 '이중언어반'을 만들고 영어회화 성적 1~80등 학생을 배정한다. 영어성적만 월등해야 하지만, 이 학급과 일반학급의 전과목 평균점수는 최대 40점까지 차이가 난다. 편법적으로 운영되는 우등반인 셈이다. A고 하현정(가명)교사는"학교는 이중언어 수업을 명분으로 특목고나 자사고에 지망했던 우수한 학생들을 특정학급에 몰아넣고 있다"며 "특별학급이라는 학교의 설명대로라면 우등반 학생끼리 석차를 매겨야 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석차를 매긴다"고 밝혔다. 하 교사는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은 우수학생들의 내신성적을 위한 들러리를 서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지역 일반고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1,2개 학급에 몰아넣고 온갖 특혜를 주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 2010년 학생들이 서울시내 어느 학교든지 지망할 수 있는'고교선택제'가 도입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특목고나 자사고 입시에 낙방한 우수학생들을 이삭줍기해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려는 학교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는 일부 학부모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난해 외국어고에 지망했다 떨어져 서울 종로구의 한 일반고에 입학한 이기우(가명ㆍ16)군은 아침저녁으로 교실을 옮겨 다니느라 진이 빠진다. 이 군은 신학기에 배정받은 대로 3반으로 등교하지만 조회가 끝나면 1반에서 수업을 듣는다. 이 학교는 1학년 10개 학급중 상위권 학생들을 1반과 6반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1반에서 7교시가 끝나면 이군은 다시 3반으로 돌아와서 종례를 하고, 시험도 3반에서 친다. 이군의 부모는 "우등반 학생들에게는 학교 차원에서 장학금도 주고 각종 수상 실적도 관리해줘 만족스럽다"고 말했지만, 일반반 학생들은 성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이중삼중 차별을 받는 셈이다.

이처럼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나누어 운영하는 것은 비교육적이지만 정작 이를 막을 규정이 없다. A고 하현정 교사는 "시교육청에 3~4번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때마다 '학교가 학생 특성과 희망을 고려했고, 전체 교과성적 순으로 배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우등반이 운영되는 노원구의 한 일반고에 다니는 박유진(가명ㆍ18)양은 "교사들조차 우등반에 가서'역시 너희는 공부를 잘하니 무슨 일을 시켜도 잘한다'며 노골적으로 편애한다" 며"우등반에 못 끼는 친구들의 피해의식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반 편성과 관련해 본청의 특별한 지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교육적 효과를 노리고 학교에서 이런 학급들을 편성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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