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浪人(낭인) 줄어드니.. 이젠 로스쿨 浪人

송원형 기자 2013. 4. 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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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떨어진 재수생 늘어.. 합격해도 로펌·기업行 '좁은 문'

강모(31)씨는 지난 2008년 서울 유명 법대를 졸업했지만, 사법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면서 지금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이가 많고 학점도 낮아 취직도 힘들다.

정부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데는 강씨와 같은 '고시 낭인'을 줄이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로스쿨 졸업생들도 변호사 자격을 얻기 위해 치르는 최종 시험(변호사 시험)에 탈락하는 경우가 있고, 합격해도 직장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로스쿨 낭인'이 양산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치러진 2회 변호사 시험 응시 원서 제출자는 2095명이다. 지난해 1회 시험의 1698명보다 397명 많다. 1회 시험에서 떨어진 로스쿨 1기생 214명과 졸업 시험 탈락자들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로스쿨 정원의 75% 정도로 계속 유지할 경우 매년 일정하게 배출되는 로스쿨 '재수생'이 가세하면서 시험의 실제 합격률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취직을 못 한 로스쿨 변호사들은 로펌 등을 찾아가 '무급도 좋으니 일단 일을 시켜달라'며 부탁하기도 한다. 차비·식비 제공 조건으로 채용 공고를 내는 사무실도 있다고 한다. 대형 로펌행을 포기하고 여러 대기업에 이력서를 내도 취업이 쉽지 않다. 지방대 로스쿨을 졸업한 정모(29)씨는 "연간 지방 변호사 채용 인원이 한 학교 정원의 20% 정도"라며 "서울에서 취업하긴 더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로스쿨 변호사의 몸값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로스쿨 1기 변호사는 회사마다 경쟁이 붙어 기존 변호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데리고 왔다"며 "당장 일 시키기엔 로스쿨 변호사가 연수원 출신보다 못해 몸값을 낮춰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 유명 사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모(30)씨는 "로스쿨 졸업생들은 심각한 취업 양극화로 고민하고 있다"며 "같은 기수 사이에서도 진로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방 로스쿨 학생 간 느끼는 차이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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