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때문에 사라지는 낭만 '스펙 동아리' 대학 점령

2013. 3.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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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학교 천문 동아리 회장 김모(21)씨는 학내 광장에서 밤새 만든 전단과 동아리 여학생들이 만든 별 모양 쿠키를 신입생들에게 나눠주며 동아리 홍보에 열을 올렸다. 쿠키 200개는 순식간에 동이 났지만 동아리 홍보에 귀를 기울여주는 학생들은 손에 꼽혔다. 김씨는 "30년을 이어온 역사가 우리 동아리의 큰 자랑거리였지만 최근 신입회원이 없어 명맥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며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에서 동아리들이 설 자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대학가에서 취미나 학술 동아리는 신입부원이 없어 쩔쩔매는 반면 취업 관련 동아리에는 학생들이 넘쳐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몇몇 동아리는 수년째 회원이 없어 폐지됐으나 토론, 기업연구, 공모전, 창업 등 취업 관련 동아리는 학생들이 몰려 2∼3개씩 만들어지는 추세다.

24일 경희대 동아리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이 대학 내 종교 동아리 2개와 음악 감상 동아리 1개가 없어졌다. 이들 동아리는 몇 년 전부터 회원수 부족에 시달려 왔다. 반면 시사토론, 기업연구, 봉사활동 동아리가 올해 새로 생겼다. 이미 학내에는 영어공부, 토론, 경제연구 등의 동아리가 있지만 학생 수요가 증가해 새 동아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고려대도 최근 탈춤, 노동문제, 종교 동아리가 없어지고 뮤지컬, 음악 동아리가 생겼다. 단대별로는 마케팅, 공모전 학회가 생겨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서울대도 기업연구나 영어토론 학회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특정 동아리에만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신입부원을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한다. 경희대의 경우 학기 시작과 함께 동아리방 5곳을 방문해 스티커를 받아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트북, 커피머신, 영화 관람권 등을 추첨해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연세대도 동아리 박람회를 열면서 아이패드와 패밀리레스토랑 식사권 등을 경품으로 내걸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경희대 동아리연합회 장누리(22·남) 회장은 "취업난 때문에 대부분 동아리들이 침체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취업 관련 일부 동아리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건 다양한 소양을 쌓아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풍조"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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