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서 사라진 근현대사…“5. 18이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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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교과개정으로 과목 폐지,한국사로 통폐합…근현대사 인식 하락 우려

[미디어오늘이재진 기자]

올해 실시되는 수능시험 과목에서 근현대사 과목이 사라져 청소년들의 근현대사 역사 인식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교육과정 개정이 이뤄지면서 2011년 당시 고등학생 1학년생부터 국사와 한국근현대사, 세계사 과목이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로 조정·통폐합됐다. 근현대사 과목이 폐지되고 대신 해당 내용은 전근대와 근현대사로 묶어 한국사로 통폐합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학생들이 보는 수능 시험 과목 중 근현대사 과목이 사라질 예정이다.

한국사로 근현대사 내용이 편입되긴 했지만 독립 과목이 폐지되고 수능에서 별도의 시험을 치루지 않으면서 근현대사 역사 인식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9년 당시 학계에서는 전근대와 근현대사로 하나로 묶어 통사로 배워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근현대사 과목을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교과부는 근현대사 과목이 수업에서 선택해서 배울 수 있는 과목이었지만 이번에 통폐합된 한국사는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이 근현대사 내용을 배울 기회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회탐구영역 10개 과목 중 2개 과목을 선택해 수능을 치루게 되는데 통폐합한 한국사로 시험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회탐구영역 11개 과목 중 수능시험에서 국사를 선택한 비율은 7번째에 그쳤다. 한국사를 필수 수업 과목으로 지정했지만 수능에서 한국사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한국사 수업은 그저 시간을 때우거나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시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기존 근현대사 과목은 사회탐구영역 과목 11개 중 시험 선택 비율이 3번째로 나타났다. 근현대사 과목을 시험 과목으로 많이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충실히 수업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 누리꾼도 "지금까지의 수능에서 근현대사는 선택비중이 높았던 과목"이었다면서 "그런데 통합해서 한국사로 만들어버리고 사회탐구 시험 과목을 2개로 줄어버린 상황에서 누가 미쳤다고 한국사를 공부하겠냐"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도 "안 그래도 양이 많아서 국사를 안 했는데 근현대사까지 포함되면 누가 한국사를 선택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나마 학생들은 근현대사 과목이 있었을 때 시험을 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지만 한국사로 근현대사 과목이 편입되면서 근현대사를 배우고 시험을 치르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독립된 근현대사 과목 내용을 현대사 교육과정으로 충실히 포함됐는지도 의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독립적인 근현대사 과목의 내용이 충실한 것은 맞다. 기존에 배웠던 내용이 한국사로 들어가 있지만 근현대사와 관련한 별도의 내용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사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율이 4대6 정도로 근현대사로 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독립된 교과목이었을 때보다는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근현대사 과목이 폐지되고 올해부터 수능 시험 과목에서 빠져 역사 인식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세부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독립 과목으로 두는 게 맞지만 전체적인 고등교육 안에서 역사만 세분화시켜놓으면 다른 과목과 형평성을 따졌을 때 균형적인 교육이 아니라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수능 자체에 필수로 시험을 보는 과목이 없다. 역사교과목 통폐합 때문에 역사 인식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수능 시험의 특징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사교사모임 이성호 회장은 "근현대사를 오랜 기간 별도로 배웠던 것에 비하면 한국사 과목은 근현대사를 배울 기회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한국사 부분에 극히 현대사 부분이 적고 10개 과목 중 2개 과목을 선택할 때 한국사를 선택할 가능성도 적다"며 "기존에 국사 과목도 시험 과목으로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학생들에게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한 "필수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한국사를 배워야 하지만 시험을 보지 않는 과목에 대해서는 집중도가 굉장히 떨어진다. 현대사 부분 내용도 워낙 축소돼 있어 역사적 맥락을 짚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전까지 교육과정 개정이 오랜 시간 텀을 두고 이뤄졌다면 이명박 정부 들어 하루아침에 교육과정 개정이 연달아 이뤄졌다"면서 "근현대사 과목 폐지는 여러 논란을 낳았고,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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