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쌍도 vs 전라디언..도 넘은 '사이버 지역감정'

2013. 3. 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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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지역 매도 폭언·욕설 난무 해묵은 대립 양상 묻지마 표출 10대들도 장난삼아 댓글 도배"법적 처벌 통해 뿌리 뽑아야"

[세계일보]'저런 인간이 특정지역에서 계속 출몰하는 건 정말 연구감이다.'

12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뉴스 동영상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영상은 차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고도 마치 목격자와 신고자인 것처럼 행세한 운전자가 전남 목포에서 붙잡혔다는 내용이었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댓글에는 전라도에 대한 비하가 수두룩했다. '저 동네 사람들은 진짜 제정신이 아닌가 봐', '흉악 그 자체 전라도' 등의 글은 온건한 편에 속했다.

인터넷상에서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되살아나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등 특정지역에 대한 폭언과 욕설이 난무하고, 청소년들은 장난삼아 지역 비하를 따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근거 없이 양산된 지역 비하 글들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사이버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라도 지역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또 저 동네군. 징글징글하다', '전라도 사람들은 정말로 분노를 조절할 줄 모르나봐' 등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최근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무장세력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까지 퍼지고 있다.

하지만 범죄 통계를 보면 전라도 지역의 범죄가 많다는 증거는 없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1년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안동(5.4건), 논산(4.7건), 충주(4.3건) 등의 순이었다. 2010년에는 논산(4.7건), 청주(4.3건), 양산(3.8건) 순으로 살인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전라도 비하가 일종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왕따문화가 전라도 비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보수, 진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장난삼아 댓글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도 역시 지역 비하의 주요 대상이다. 지난 9일 포항에서 산불을 낸 중학생 관련 기사에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피해본 지역들 욕만 하는 견상도(경상도) 것들… 중학생이 뭘 보고 배웠겠느냐'는 등의 댓글이 적지 않게 달렸다. 수십년 동안 지속해 온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 대립 양상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들은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홍어', 경상도 사람을 낮춰 부르는 '과메기'라는 단어를 일상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박모(16)군은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홍어 냄새 난다', '과메기와 홍어의 대결'이라는 말이 쓰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그냥 말하는 것보다 재미있어서 사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의 지역 비하 정도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등은 지난달 "상습적·의도적으로 호남을 비하하는 표현과 행위에 대해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 측은 현재 5·18민주화운동을 소개하는 인터넷 카페를 준비 중이고 게시글과 댓글에 대해서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행정기관에서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 "댓글 정화운동이나 문화운동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어야겠지만 적대감을 바탕으로 한 근거 없는 사실로 특정지역을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회 공공질서를 해치는 주장들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을 해서라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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