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셋째 낳아도 500만원 못 드려요"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효정(가명·39)씨. 지난달 셋째 아이를 출산한 그는 동사무소에 '출산 장려금'을 신청하러 갔다가 실망했다. "2년 전 셋째를 낳은 친구가 출산 장려금으로 500만원을 받고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고 좋아했는데, 제가 이번에 가서 신청하니 100만원으로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부자 동네'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가 출산 장려 정책을 대폭 손질하고 있다. 둘째를 낳으면 100만원, 셋째는 500만원, 넷째 이상 자녀에게는 1000만원까지 장려금을 지급해 '강남구 아기들은 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는 시샘을 받았지만, 이젠 옛말이다. 둘째는 50만원으로, 셋째는 100만원으로, 넷째 이상 자녀는 300만원으로 금액이 절반 이상 줄었다.
강남구가 출산 장려금을 줄인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백재현 의원이 서울 각 구청의 출산 양육 지원금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는 신생아 1인당 평균 58만9530원인 반면 강서구는 1만3506원으로 4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강남권인데 서초나 송파는 왜 강남구보다 적게 주느냐는 민원도 컸다. 강남구의 한 동사무소 직원은 "둘째만 낳아도 100만원을 받으니, 강남구에 시댁이나 친정이 있는 젊은 부부들이 주소지를 강남으로 옮긴 뒤 출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수 감소로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출산 장려금 사업을 축소한 원인이다. 국화선 출산장려업무 총괄팀장은 "재산세 공동 과세,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세액이 1400억원이나 줄어든 반면, 출산 장려금 지원액은 9억원(2008년)에서 28억원(2011년)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출산 장려금이 지자체에 막대한 예산 부담만 안겨주지 출산율 증가에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인당 출산 장려금이 가장 높은 강남구는 서울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0.855명)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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