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유전자와 이념..보수·진보 체질 따로 있나?

권순표 기자 입력 2013. 2. 18. 21:57 수정 2013. 2. 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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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ANC▶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또 세대와 세대간 갈등이 극심하게 노출됐죠.

갈등의 근원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쪽은 옳고 반대하는 쪽은 그르다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럴까.

저마다의 신념은 어느 정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며 또 육체적인 힘이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 뉴스플러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 기 자 ▶

52대 48.

지난 대선결과에 절반을 조금 넘는 국민은 환호했고, 또한 절반에 가까운 국민은 좌절했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쪽이 '옳고', 그렇지 않은 쪽은 '틀렸다'는 신념에 가득차 있습니다.

여기서 어찌보면 뜬금없는 얘기를 하나 꺼내 보겠습니다.

당신의 알통은 얼마나 굵으신가요?

이 알통의 굵기가 당신의 '신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조영익 기자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최근 연구결과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VCR▶

12년 전부터 헬스장에서 땀을 쏟아온 임종민씨.

운동이라곤 거의 하지 않는 금재용씨.

둘은 모두 소득이 꽤 높고, 자신이 이 사회에서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중산층입니다.

힘이 얼마나 센지를 나타내는 알통둘레를 재봤습니다.

임씨는 35cm, 금씨는 31cm.

저소득층을 위해 어느 정도 소득을 분배해야하는 지 둘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봤습니다.

◀SYN▶ 임종민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국가에서 과도하게 세금을 걷는다면 그건 좀 지나치지 않을까요?"

◀SYN▶ 금재용

"세금을 거둬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건 국가의 의무이고 책임..."

◀ 기 자 ▶

무엇이 이 둘의 신념을 갈라놨을까?

분명, 받아온 교육과 가정환경 등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의 힘의 차이도 신념의 차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미국과 덴마크의 연구팀이 소득이나 가정환경이 다양한 미국,아르헨티나,덴마크 등 3개국 1,500여명에게 부의 재분배에 대한 평소신념을 물었더니,

알통의 굵은 남자들 다수가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유리한 이념을 선택한 반면, 알통이 가는 남자들 다수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소극적이었습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인간의 본능에서 찾았습니다.

즉, 힘이 약한 쪽이 이기적 주장을 하다가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었을 것이란 추론입니다.

반면, 힘으로 생존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던 여성들의 경우에는 알통의 굵기와 신념이 별다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습니다.

◀ 기 자 ▶

여기서 한발 더 나가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아예 태어날 때부터 어느정도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나윤숙 의학전문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VCR▶

한 날 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자매.

◀INT▶ 김지영/김채영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이 뭐예요?

"준수의 스웨터."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뭐예요?

"나에게는 꿈이 있어요."

같은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취향이 같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또다른 일란성 쌍둥이 자매.

동생이 먼저 결혼해 집을 떠난 후 10년을 따로 떨어져 살아왔습니다.

직업도 전혀 다르고, 미혼과 세 아이의 엄마,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만 같을 뿐, 사는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확인해봤습니다.

표의 위치가 거의 일치합니다.

◀INT▶ 조미란/쌍둥이 자매 동생

"언니 얼굴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생각이 비슷하다니까 너무 신기하네요."

◀ 기 자 ▶

유전자가 정치성향에 미치는 영향의 단초는 쌍둥이 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유전자가 서로 다른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 같은 집,같은 환경에 살 땐 정치 성향이 57% 일치하지만, 각자 다른 환경에 살면 일치하는 정도가 23%로 확 떨어집니다.

하지만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는 떨어져 살아도, 즉 환경이 바뀌어도 정치 성향이 일치하는 정도는 58% 그대로입니다.

지금까지 정치성향과 관련된 걸로 밝혀진 유전자는 모두 11개인데, 이 중 하나를 볼까요?

DRD4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친구를 많이 사귈수록, 진보주의적 성향이 점점 강해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INT▶ 남궁기 교수/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인간의 유전자라는 것은 굉장히 이기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유전자를 가장 잘 꽃피울 수 있는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됩니다."

◀ 기 자 ▶

물론 앞에 보신 내용의 결론이 유전자가 정치적 성향을 절대적으로 결정짓는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다만 유전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우리 모두가 어떤 정책이나 이념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지할 수도 있지만 그냥 끌리기 때문에 옳다고 믿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증오를 품을 것이 아니라 관용을 가지고 상대방이 옳은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MBC뉴스 권순표입니다.

(권순표 기자 kspja@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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