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공정 신고한 대리점 해약·업주 고소
제품 강매 등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이 공정위 신고를 주도한 일부 대리점 업주들에게 대리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경찰 고소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업주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분열책을 쓴 정황도 드러났다. 대리점 업주들은 "대기업인 남양유업이 피해자들에게 보복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이창섭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 회장(40) 등 대리점 업주 3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남양유업은 고소장에 이들이 자료를 임의로 조작해 인터넷과 언론에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은 같은 달 31일에는 이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회장은 "대리점을 인수하고 거래처를 늘리는 데 들어간 1억3000여만원을 모두 날리게 됐다"고 말했다.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 측은 "남양유업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당하고도 숨어있던 업주들이 언론보도 등을 보고 결집될 것을 우려한 남양유업이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 등 남양유업의 전·현직 대리점 업주들은 남양유업 본사가 제품을 강매하고 명절 '떡값'이나 임직원 퇴직 위로금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경향신문 1월29일자 12면 보도). 이후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가 결성됐고 대리점 업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양유업을 규탄하는 호소문을 올렸다.
이때부터 남양유업의 압박과 회유가 시작됐다. 이 회장은 "남양유업이 인터넷에 호소문을 올린 일부 대리점 업주들에게 '미수금을 내지 않으면 보증인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은 피해자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대리점 업주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이 회장과 함께 남양유업을 공정위에 신고했던 피해자 협의회 김대형 간사(33)는 "거래처를 줄 테니 (남양유업에 대한) 반발을 그만두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ㄱ대리점 업주가 전화를 걸어와 '내 거래처를 주면 살 만해질 것이다. 그러면 그런 거(남양유업에 대한 비난)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본사의 횡포로 대리점이 사라질 때마다 대형 거래처를 가져갔던 ㄱ대리점 업주는 본사의 앞잡이로 불린다"며 "ㄱ대리점 업주가 나선 것은 피해자들을 와해시키려는 본사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다음 아고라에는 8일 오전에만 대리점 업주와 가족, 이웃들의 호소문 10건이 올라왔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대리점 업주들의 고백을 담은 동영상 3편이 올라와 있다.
15년째 경기 고양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경현씨(49)는 호소문과 영상에서 "매달 말일이 되면 목표에 맞춰야 한다며 강매가 계속됐고, 못 판 물건은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전에 모았던 8000만원을 모두 날리고 현재 6500만원의 빚까지 졌다고 한다. 그는 "남양유업 본사에 찾아가 유리창을 깨고 투신이라도 하면 내 억울함을 누군가 알아줄까라는 생각에 자살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리점 업주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전단이나 방송에 나온 자료들은 임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소했기 때문에 곧 밝혀질 것"이라며 "우리가 업주들을 협박하거나 회유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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