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양파껍질처럼 계속 나오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

박원경 기자 2013. 2. 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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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그라지는가 했던 국정원 여직원 선거 개입 여부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쟁점은 2가지입니다. 경찰이 부실 수사, 은폐 수사를 했느냐와 국정원이 실제로 선거 개입을 했느냐는 것입니다.

◈ 경찰 수사 결과 변화

지난해 12월 16일 대선 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여느 선거에 비해서 유난히 TV 토론이 적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은 선관위가 주최하는 법정 TV토론 특히, 마지막 TV토론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TV토론이 끝난 밤 11시 쯤, 경찰이 느닷없이 보도자료를 하나 냅니다. 소위 '국정원녀'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여직원 김 모씨가 대선과 관련해 어떠한 댓글을 단 흔적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선 막판에 주요 이슈로 떠오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국정원 직원이 대선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명쾌한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의 보도자료 내용은 국정원 직원에게 '직접 제출'받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2개에서 정치 관련 댓글이나 글을 쓴 흔적을 발견하지 못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댓글이나 글을 집에서만 쓰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작성할 수 있는데 당시 경찰은 이러한 조사는 전혀 진행하지 못 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어진 브리핑에서 의아한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추가 수사한 이후에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없느냐.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성급한 것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리핑을 맡은 수서 경찰서장은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럴 거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해도 바뀌자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국정원 직원 김 모씨가 아이디 여러 개를 이용해 정치 관련 글에 찬반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번에도 게시글을 쓰긴 했지만 정치 관련 글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경찰의 말을 또 뒤집는 결과가 나옵니다. 정치 관련 글을 쓴 적이 없다는 국정원 직원 김 모씨가 120여 차례에 걸쳐서 정치 관련 글을 직접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시한 글들은 4대강 사업 등 현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등 분명한 정치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에 대해 찬반만 표시했고, 정치 관련 글은 전혀 게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던 경찰에 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경찰은 정치 관련 글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던 시점에 해당 글들이 게재되었음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번에는 김씨와 동일한 방식으로 게시한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활동했던 사이트가 2개 아닌 3개라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 말 바꾸는 경찰…당연한 의심

이상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정치관련 글을 게시하거나 댓글을 단 적이 없다는 경찰 발표는 찬반 의견을 표시 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정치 관련 글을 게시했다고 바뀌었습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축소 수사를 하거나 은폐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고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부실한 수사 결과를 대선 3일 전에 그것도 대선 TV토론이 끝나자마자 발표한 것은 특정한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분명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경찰은 극구 부인합니다. 여야가 시급히 수사를 진행하라고 해서 결과를 발표했던 것뿐이고,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합니다. 김기용 경찰청장까지 나서 "축소나 은폐 수사는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없다고 했던 정치관련 글이 있는데 왜 숨겼냐고 묻자 정치적 글을 판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고, 당시 대선 주자 3명과 그들의 소속 정당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는 검색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정상적인 수사 결과를 말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 성급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이유는?

과연 그럴까요? 경찰청장의 선의와 진의를 이해한다고 해도 의문은 남습니다. 우선 왜 그렇게 성급하게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느냐는 것입니다. 제기된 의혹은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에서 정치적 활동을 했느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의혹의 성격상 응당 로그 분석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했지만, 경찰은 컴퓨터 관련 전문가인 국정원 직원이 제출한 하드디스크 2개만 덜렁 받아 분석하고는 아무런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사의 ABC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이상으로 명쾌한 결론은 내린 것은 왜였냐고 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 정치적 판단기준의 정치성

의문점은 또 있습니다. 정치 관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당시 대선 후보 3명의 이름과 그들의 소속 정당 이름을 준거점으로 삼은 점입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은 빠져 있습니다. 현 정부의 계승이냐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냐가 대선 때마다 주요 이슈가 되는데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빼 놓고 정치적 글이냐를 판단한다고요?

그리고 대선 후보 3인과 소속 정당 이름 3개, 총 6개의 키워드로 정치성 여부를 판단한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경찰이 검색했다는 사이트에서 해당 국정원 직원이 사용했다는 아이디를 검색하면,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정치적 글'을 너무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선 기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정치적' 글의 판단은 더 촘촘하게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너무도 정치적입니다.

◈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했나?

경찰의 축소 수사 못지않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여부입니다. 국정원 여직원이 실제로 정치 관련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서 활동했다는 것이 드러나자 국정원은 해당 활동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하는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정원 여직원 김 모씨의 게시글은 4대강 사업을 지지하거나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찬성하는 내용,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지켜야 한다는 식의 글이 주류를 이룹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해당 직원의 활동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상에서 대북 심리전을 수행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정원을 설명을 그대로 해석하면, 현 정부의 정책 등에 반대하는 사람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사람들이거나 친북적인 사람들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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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경찰은 설 전에는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축소 수사, 은폐 수사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된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통해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또 해당 수사 결과에 대해서 국정원은 어떤 답변을 내어놓을까요? 사건의 실체와 함께 흥미롭게 지켜 볼 부분입니다.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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