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10년> ③잠 못드는 무연고자 6명

2013. 2. 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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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공원 가매장 10년..관련법상 올해 6월 화장해야 "국민 정서 고려해 결정"..시간 지날수록 찾는 이 없어

시립공원 가매장 10년…관련법상 올해 6월 화장해야

"국민 정서 고려해 결정"…시간 지날수록 찾는 이 없어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지난 3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대구시립공원묘지.

입구에서 약 150m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 한곳에 연갈색 잔디로 덮인 무덤 10기가 모여 있었다.

앞뒤로 5기씩, 2줄로 나란히 늘어선 무덤들 가운데 6기는 누가 묻혔는지 알 수 없는 무연고자 무덤이다.

이들 앞 땅바닥에 박힌 상석엔 '2·18 대구지하철참사', 'DNA감정 확인 미신고', '신원확인 불능' 등의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또 이름 대신 'D08-ca01(남)', 'K05(여)' 등이 적혀 있어 사망자의 성별만을 겨우 알 수 있었다.

주변 나머지 무덤 4기 앞엔 샛노랗고 붉은 조화들이 꽂혀 있었지만 무연고자 무덤엔 색이 바랜 흰색·노란색 조화들이 놓여있거나 아예 없기도 했다.

공원묘지 한 관계자는 "조화 색깔이 선명한 것은 유족들이 자주 갈아준 것"이라며 "무연고자 묘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10년인데 아직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곳의 무연고자 무덤 6기에 묻힌 유골들은 오는 6월이면 화장될 상황에 처해 있다.

관련 법률에 따라 무연고 시신 및 유골은 일반 공동묘지에서 10년 간 가매장돼 있다가 끝내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화장 후 뿌려지게 된다.

생전에 누군가의 자식 또는 부모, 배우자였을 이들이 끝내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채 한줌 재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한 정신지체장애인이 휘발유에 불을 붙이면서 화재가 발생, 어린이와 노인 등 시민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시신 3구는 극심한 훼손으로 DNA조차 추출되지 않아 누구인지 전혀 확인되지 않았고, 나머지 3구는 DNA는 보존돼 있으나 찾는 이들이 없어 6구 모두 무연고 시신이 됐다.

참사 직후 이들 시신의 연고자일지도 모른다며 사고대책본부 등을 찾았던 사람들이 수십명에 달했으나 모두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그해 6월 또 다른 지하철참사 희생자 8명과 함께 대구시립공원묘지에 가매장됐다.

현재 무연고 시신 6구 중 DNA가 보존된 3구에 대한 정보는 국과수가 보관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연고를 찾기 위한 작업을 여전히 진행 중이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 DNA 대조를 문의하는 이들도 거의 없는 상태다.

경찰 한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무연고자들에 대한 문의가 뜸해지면서 DNA가 남아 있는 시신 3구마저도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경우 DNA 대조를 문의한 전화는 단 2통뿐이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무연고자에게 돌아가기로 돼 있던 1인당 2억4천여만원의 배상금은 현재 주인이 없어 일단 국고 등으로 반납된 상태다.

또 국민성금에서 주어지는 특별위로금 1인당 2억2천여만원은 오는 12월까지만 시금고에 보관된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구시 등이 협의를 거쳐 사용처를 결정한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무연고 시신들은 노숙자나 실종자, 외국인이 아닐까 추정된다"며 "만일 지금이라도 연고자가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보상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재난관리과 윤병현 지하철사고수습담당은 "지하철참사로 사망한 이들 무연고자의 경우 상황이 특수하기 때문에 화장여부를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며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하고 의견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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