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보살좌상, 왜구가 약탈" "약탈된 것이라는 근거 없어"
"신심(信心) 어린 신도들의 시주로 거금을 들여 조성한 불상을 외국에 기증할 수 있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교미술사학자인 문명대(73) 동국대 명예교수는 문화재 절도단이 국내로 반입한 불상 2점 중 일본 쓰시마 관음사 소장 관음보살좌상 <사진>에 대해 "왜구에게 약탈당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0년대 초반부터 여러 번 일본에 가 그 불상을 조사했다. 이후 '대마도 조사보고서', '고려·조선 불교조각사 연구' 등의 논문에서 그 불상이 약탈 문화재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문 교수가 약탈 문화재라고 주장하는 관음보살좌상에선 불상을 만들 때 상 안에 집어넣는 복장물(腹藏物)에서 '高麗國瑞州地浮石寺(고려국서주지부석사)', '天曆三年(천력삼년)'등이 적힌 불상 조성기가 발견됐다. 서주(瑞州)는 충남 서산의 옛 이름으로, 이 불상이 서산 부석사에서 1330년 조성됐음을 의미한다. 문 교수는 "관음보살좌상은 부석사 극락전 아미타삼존상의 협시(脇侍·본존불 양옆에 세우는 보살상)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협시인 대세지보살 불두(佛頭)도 일본 관음사에 있는 것으로 보아 삼존상이 함께 약탈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은우(57) 동아대 박물관장은 "약탈설은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 고려 후기부터 일본에 불상을 판매·기증·선물하는 등 교류가 많았기 때문에 증거 없이는 확실하게 '약탈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정 관장은 2000년 이후 여러 번 쓰시마 관음사를 방문해 관음보살좌상을 연구해 왔고, 2008년 공저(共著)로 출간한 책 '서일본(西日本) 지역 한국불상과 불화'에 이 불상 사진과 설명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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