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사들 '軍테크' 한다는데..
"10만원 남짓한 병사 월급으로 주택 마련의 첫 단추를 채웠어요."
지난 20일 만기 제대한 윤모(23)씨는 군 복무 기간 내내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납입했다. 오는 4월이면 2년간 주택청약저축 불입자에게 주어지는 '공공주택 분양우선권'을 받을 수 있다. 윤씨는 "봉급이 얼마 되지 않지만 입대하자마자 제대 이후를 준비했다"고 했다. 월급을 쪼개 매달 재테크를 한 셈이다.
'PX 한 번 가면 월급 탕진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병사 월급이 꾸준히 인상되며 푼돈 모아 전역 이후를 준비하는 '군테크' 장병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병사 월급은 작년 대비 20%나 인상돼 육군 병장은 월 12만9600원을 받는다. 병사 월급을 2배로 올리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도 있었다.
일선 부대 관계자들은 "부대원의 20%가량이 시중은행 적금에 들어 놓은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작년 10월 시중 은행과 연계해 국군 재정관리단에서 급여 저축공제서비스를 병사들에게 확대하자 두 달 만에 1만6844명이 가입했다. 월급이 부족해 휴가 때마다 부모님과 일가친척에게 용돈 압박을 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군 내부에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군테크' 장병들은 복학·취업 준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저축한다. 서울에서 의경으로 복무하는 김모(23) 일경은 급여 인상분을 포함해 올 한 해 동안 100만원을 모을 계획이다. 김 일경은 "대학 복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비에 보탤 것"이라면서 "전역 이후 해외 배낭여행 경비를 모으는 동료도 있다"고 했다.
국방부 소속 김모(22) 상병 역시 훈련소에 입소하면서부터 매달 은행에 5만원씩 적금을 들고 있다. 김 상병은 "월급이 인상됐으니 당장은 벅차더라도 더 많은 금액을 넣어서 제대 이후 요긴하게 쓸 것"이라고 했다. 일부 최전방 근무 사병들은 추가로 받는 생명수당으로 소액 적금을 들고 있다.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복무 기간 기다려준 여자친구를 위해 돈을 모으는 장병도 있다. 인천에서 근무 중인 박모(23) 병장은 이등병 시절부터 매달 7만원씩 모았다. 그는 "전역하면 부모님께 키워주신 보답으로 적금 탄 돈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전역한 박찬석(23)씨는 "군 복무 중 모은 돈으로 다음 달 부모님을 제주도에 보내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군 장병에게 일정 정도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적금 상품을 속속 출시하며 늘어난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나라사랑적금, IBK전역준비적금, KB국군장병우대적금, 우리국군사랑적금 등 군 관련 상품이 쏟아졌다. 우리은행의 관계자는 "올해 병사 월급이 인상되면서 국군재정관리단으로부터 상품 개발에 대한 제의를 받았다"며 "장병들의 전역 후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국군재정관리단도 간부들에게만 제공하던 급여 저축공제 시스템을 병사들에게 제공하는 등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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