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女, 오피스텔서 했던일 밝혀졌다

중앙일보

[사진=중앙포토]지난 대선 때 인터넷 사이트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여론을 불리하게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 그는 민주당으로부터 "조직적으로 비방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불법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고발당한 상태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인터넷상의 종북(從北)활동을 적발하는 일을 해 온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25일 3차 소환조사를 받을 때 인터넷 사이트 '오유(오늘의 유머)'에서 발견한 종북 성향의 글들과 분석자료 등을 제출했다. 자신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인 실제 활동을 입증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이 사이트는 친북 성향 글이 많아 국정원의 집중관리 대상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만든 아이디 11개를 번갈아 사용하며 '오유'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왔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이곳의 대선 관련 게시물 90여 개에 찬반 표시를 한 것과 관련해 세 차례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업무상 종북 관련 글들을 추적하는 게 주요 임무였으며, 찬반 표시를 한 글들은 글 자체의 수준이 터무니없이 낮거나 연예·요리 등 개인적 관심이 있는 것들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 강래형 변호사는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글들이 '오유'에 하루 1000개 이상 올라왔는데, 그중 김씨가 찬반 표시를 한 건 통계상 하루 평균 한 건 정도"라며 "선거법 위반이라고 보기엔 무리"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유'에는 대선 전까지 종북 성향의 글이 상당수 올라왔다. 이 중 2011년 2월 게재된 '이명박의 자진 퇴진을 권합니다'라는 글을 역추적한 결과, 이 글을 최초로 올린 사람은 포털사이트에 '영변약산진달래'라는 닉네임으로 카페를 운영해 온 방모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씨는 인터넷에 '김정일 위원장 생일 맞아 통일강성대국 반드시 세우자' '김정은 조선인민군 대장 생일입니다' 등의 글을 올린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돼 현재 수감 중이다. 그는 수사기관에 체포되기 전까지 '오유'에서 글들을 올리며 활동해 왔다. 일부 회원은 대선 전 닉네임을 바꿔가며 사이트에서 활동했다. 한 회원은 '우리나라 숙청 대상: 박근혜 투표자' 등의 글을 대선 당시 '오유'에 올렸다. 그는 닉네임을 바꾸기 전 글에서 '한국진보연대의 통일용사 한상렬님 사진'이라며 한씨의 방북 당시 사진을 올리고 '국정원 ****들에게 끌려갈 때도 당당하고…'라는 글을 달았다. 김씨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런 글들에 대한 추천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오유'는 추천인 수가 100이 되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등재돼 접속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일례로 지난해 5월 1일 게시된 '북한의 경제전략은 선군경제전략'이라는 동영상 홍보물 역시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됐다.

 수사당국과 IT전문가들의 추적 결과 이 글은 5월 5일 오전 4시 한대련(한국대학생연합)을 시작으로 새벽에 집중적으로 추천됐다. 추천을 한 단체들이 활용한 인터넷주소(IP)는 거의 모두 국내가 아닌 해외 주소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김씨를 추가 소환할 계획이 없다"며 "조만간 김씨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병주·윤호진 기자

문병주.윤호진 기자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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