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수위 일부 위원 과거행적 도마에

2013. 1. 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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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장순흥 교육과학분과 위원은 창조과학론자… 김중태 국민통합위 부위원장은 역사관 논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진용을 갖추고 본궤도에 올랐다. 교수 중심의 튀지 않는 인선이지만 각 위원들의 전력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멈추지 않았다.

교육과학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장순흥 카이스트 교수는 진화론 대신 창조론을 따르는 창조과학회에 참여해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창조과학회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진화 과정을 거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개신교의 신에 의해 창조됐다는 입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모임이다. 문제는 창조과학이 특정 종교의 교리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2011년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고등학교 과학 교육과정 상의 '시조새'와 '말의 진화계열'을 진화의 근거에서 삭제할 것을 청원하면서 종교와 과학을 둘러싼 문제는 본격화했다. 교진추가 나서기 전부터 창조과학회는 "진화론만 교과서에 싣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해 주목을 끌었다.

장 위원은 창조과학회 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대전지부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카이스트대학 구내에 창조과학전시관이 들어설 당시 장 위원은 기획처장을 맡고 있었다. 이 전시관을 중심으로 주로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창조과학 강의와 홍보활동이 활발했다. 장 위원도 창조과학회 주최 강연에 나섰고, 견학생들을 인솔하는 활동도 맡은 바 있다. 청중의 상당수가 초·중·고교 학생이었고 일부 강연장소가 카이스트 구내였던 점 때문에 학교의 교과과정과 상반되는 내용을 국립대학 안에서 강연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 위원은 원자력발전소 확대 입장

과학철학자들은 창조과학을 일종의 사이비과학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진화론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시한 방대한 근거에 비해 창조과학은 그 주장을 입증할 만한 타당한 근거의 양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는 창조과학을 비롯해 생명체가 어떤 지적인 존재의 설계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지적설계론을 비판하면서 "창조과학과 지적설계론은 과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사이비과학으로 봐야 한다. 종교가 독점하던 의미와 가치의 영역도 과학적인 해명을 통해 밝혀지는 시대에 종교적 신념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장순흥 교육과학분과 위원 | 강윤중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 산하 국민대통합위원회 김중태 부위원장 | 인수위사진기자단

한편 장 위원은 카이스트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역임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원자력 전문가다. 장 위원은 이전부터 언론 칼럼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당초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향후 20년간의 전력 공급원을 원점에서 재조정하고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도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되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폐기 시한이 다가오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도 엄격한 검사를 거쳐 폐기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이명박 정부에 비해 원전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장 위원이 인수위에 들어옴에 따라 박 당선인 역시 원전 확대 기조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인수위 산하 특별위원회인 국민대통합위원회의 김중태 부위원장도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바탕을 둔 국수주의적 역사관을 드러낸 전력이 있다. 김 부위원장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의 군정 연장과 한일협정 체결 등에 반대하며 민주화 투쟁으로 여섯 차례 투옥된 뒤 1969년 미국으로 강제추방당했다. 박 전 대통령 서거 후인 1980년 귀국해 총선에 나섰다 낙선한 이후 1990년대 들어 전통사상 연구에 전념하며 특기할 만한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1997년 '원효결서'라는 비결서를 해석한 책 두 권을 내놓으며 다시 얼굴을 내비쳤다. 원효결서는 원효대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비결로 1967년 박 전 대통령이 경북 경주 앞바다의 문무대왕릉에서 꺼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진서인지 위서인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꺼낸 것인지 등은 모두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 소문은 김 부위원장의 책에서 처음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자신의 책 < 원효결서 > 1권에서 "원효결서에 관계된 역사기록은 아무 데도 없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필자인 미조 김중태뿐"이라고 밝혔다. 출간 당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부위원장은 현재 전해지지 않는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의 일부가 바로 '원효결서'이고 나머지는 문무대왕릉 석실에 남아 있다면서 "2000년 후천개벽이 일어나 한반도는 지금의 100배 크기로 변하고 한민족이 세계의 중심세력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의 < 원효결서 > 논쟁 불러

김 부위원장은 2004년부터는 국회보에 '대륙의 삼국'이란 제목으로 삼국시대 역사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 < 환단고기 > 를 위시한 재야사학자들의 의사 역사학과 유사한 논지의 내용이었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고구려의 정식 명칭은 '가우리'이며 가우리는 한울의 중심 즉 천계의 한복판에 있는 나라"였고 "하북성, 산동성, 복건성, 절강성 등 지나대륙의 동쪽 바닷가에 면한 지역이 모두 다 가우리의 영토"였다. 그의 글에선 "조선, 낙랑 및 가우리, 백제, 신라의 3국이 대륙에 존재"했고 발해 역시 "오늘의 산동성을 정벌하고 동서 6000리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는 등 전형적인 의사 역사학의 주장이 반복된다. 김 부위원장이 인용하는 '단군세기' 등의 자료가 재야의 국수주의적 사학이 즐겨 인용하는 부분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와 만주 일대의 고대국가를 둘러싼 논쟁은 강단사학계와 재야사학계 사이에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대통령직 인수위 산하의 국민대통합위 소속인 만큼 인수위 차원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비판의 소지가 있다. 송호정 교원대 교수는 재야사학계 일부의 위험성에 대해 "학계에서 위서라 판정 내린 책으로 역사상을 만들고 민족사를 운운하는 것은 학문적인 접근을 떠난 종교적 관점에서의 접근밖에 안 된다"면서 "추상적이고 소모적인 논쟁 때문에 오히려 고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 국론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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