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할인" 온라인서점 횡포, 망해가는 출판산업

성세희|한보경 기자 입력 2013. 1. 12. 08:01 수정 2013. 1. 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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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사건팀]출판업계 '도서정가제 도입' 릴레이 1인 시위도

[머니투데이 성세희기자][[출동!사건팀]출판업계 '도서정가제 도입' 릴레이 1인 시위도]

출판 산업이 침몰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출범과 출혈적인 서적정가 할인 등으로 조금씩 가라앉던 터였다. 지난해 건실했던 동네서점과 온라인 서점까지 문을 닫았다. 출판업계는 도서정가제 등을 골자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출판법) 개정 등을 외치며 거리에 나섰다.

◇여섯 달째 1인 시위에 나선 출판업계 사람들

↑ 지난 10일 종로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168일차 릴레이 1인 시위 중인 윤철호 출판사 사회평론 대표이사 ⓒ사진=한보경 기자

영하 16℃를 밑돌던 지난 10일 오전 11시30분.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집행위원장을 맡은 윤철호 사회평론 대표이사 (사진)가 종로구 문화체육관광부 정문 앞에 서 있었다.

릴레이 1인 시위자로 나선 윤 대표는 '도서 할인 대신 완전 정가제로' '출판 진흥정책이 고작 낙하산이냐' 등을 적은 손 팻말을 여러 개 세웠다. 그는 얼음장 같은 공기를 맞으며 그 자리에서 꼬박 1시간 반을 지켰다.

이날로 168일째. 출판업계가 최초로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더위 추위와 싸워가며 출판법 개정과 이재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퇴진을 외쳤다.

윤 대표는 출판법을 개정해 도서정가제를 제대로 운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책에 적힌 가격대로 받아야 다양한 동네서점이 살아남고 다양한 가치를 지닌 책이 골고루 팔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소수의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서적 유통시장을 과점한 현실을 비판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 못한 책은 아예 독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 그는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다양한 책이 출판되기 힘들다"며 "동네서점이 도서 정가에서 10%, 인터넷서점은 30%씩 할인해주니까 출판계가 전반적으로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출판산업진흥기금을 조성해 동네서점 등을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매년 증가하는데 출판산업 관련예산은 되레 줄었다. 2008년 220억이었던 출판 예산은 지난해 약 200억으로 감소했다. 영화진흥기금은 5000억 정도 조성돼있지만 출판진흥기금은 전혀 없다.

◇"광장서적 너마저…" 경쟁 뒤쳐진 온라인 서점도 문 닫기 시작

지난해 12월31일 관악구 대학동 광장서적이 문을 닫았다. 광장서적은 1978년 이해찬 민주통합당 의원이 세운 대표적인 사회과학서적 서점으로 이름을 날렸다. 1980년대 재야운동을 하는 대학생에게 광장서적은 진보의 상징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광장서적은 전문 고시서적 판매서점으로 탈바꿈했다. 신림동 고시촌에 자리 잡은 광장서적은 고시생에게 서적 구매 쿠폰을 팔았고 규모를 키웠다. 인근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던 광장서적이 어음결제를 막지 못했다. 미도래 어음 석 달 반치와 서적 6억원, 문구 3억원 등 모두 9억여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광장서적 부도는 어쩌면 예견된 사태였다. 한때 점포수가 1만곳이 넘던 동네서점은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6000~7000여곳으로 줄어들었다. 온라인 서점 출현 등으로 도서정가제가 지켜지지 않자 외환위기보다 매서운 불황이 닥쳤다. 지난 8년 사이 동네서점은 29.3% 줄었다. 현재는 1700~1800여곳만 명맥을 유지한다.

도진호 인문사회과학출판회(인사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7월엔 4대 도매서점 가운데 하나인 학원서적이 문을 닫았고 올해 동네서점이 2000개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출판사 판로가 자꾸 줄어든다"며 "동네서점은 인터넷 서점처럼 대폭 할인해주기도 어렵고 정가에서 10% 할인하면 실질적 이익이 거의 없어서 문을 닫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출판 불황의 그림자는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까지 미치고 있다. 한때 온라인 서점 5위를 달리던 대교리브로가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대표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의 전년대비 매출액 신장률은 2007년 20.3%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에는 5.2%로 크게 떨어졌다. 세계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9년 집계된 8.6%보다도 낮은 수치다.

↑ 교보문고 서적 등 매출액 연도별 추이 그래프 ⓒ교보문고 제공

◇지역주민 힘입어 살아난 홍익문고…출판법 개정 움직임도

신촌 길목을 지키던 대표적인 동네서점 홍익문고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지난해 11월 홍익문고 일대인 서대문구 창천동이 신촌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면서 홍익문고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재개발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자 지역 주민과 홍익문고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정책회의를 거쳐 문화가 있는 신촌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는 홍익문고를 남기기로 결정했다.

박세진 홍익문고 대표는 6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박인철씨가 54년간 운영한 홍익문고를 물려받았다. 그는 재개발 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홍익문고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박 대표는 "재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예전보다 고객이 더 많이 늘었고 할인 안 받고 우리 서점에서 구입하겠다는 단골 고객도 있다"며 "서점에서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10% 할인도 안 받겠다는 고객까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홍익문고를 살린 서대문구 지역주민들은 서점이 상생할 해법을 논의 중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홍익문고를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그는 "스마트폰과 전자책으로 출판업이 위축되리라 예상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찾는다"며 "북 콘서트와 독서 토론회 및 초빙강사 강연 등 다양한 행사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출판법을 개정해 유명무실한 도서정가제를 정착시킬 움직임이 일었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9일 출판법 제22조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도서정가제 대상이 아닌 도서와 할인율이 높은 도서만이 판매되면서 신간도서 시장이 위축되고 출판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며 "서적 다양성이 사라지고 구매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독자는 값싸고 잘 팔리는 책에만 몰리는 악순환이 지속됐다"는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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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성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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