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부럽지 않은 화천의 겨울 감성

글/사진 이동미 2013. 1. 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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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은 사실 아는 선배의 출장지로 따라갔다가 의외의 매력에 빠지게 된 여행지다. 백만 트윗의 주인공 이외수 작가가 사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산천어 축제 말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첩첩이 둘러싸인 깊은 산들과 강을 따라 반영되는 무채색의 풍경들, 새하얀 몸통을 그대로 드러낸 자작나무 길을 지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시간들에 비로소 브레이크를 건다.

창밖으로 무심하게 펼쳐지는 풍경은 안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고 나의 생각들도 적당한 속도로 함께 달린다. 평화의 댐으로 가기 위해 넘어가는 산길은 북유럽의 감성마저 전해준다. 얼마 전 다녀온 캐나다 블루마운틴의 자작나무 숲을 떠올리게 하는 반전의 길이다. 먼 길을 마주하고 다녀온 이국의 풍경을 화천에서 만나다니, 굳이 외국에 갈 필요없네 싶어진다.

화천 파로호의 '숲으로 다리'

화천 8경으로 꼽히는 곳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역시 1경 파로호다. 물안개가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숲으로 다리'를 향해 간다. 산 속에 있는 바다처럼 넓은 파로호가 강물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숲으로 다리'는 호수 위에 놓인 부교를 말한다. '폰툰다리'라고도 불리는데, '숲으로 다리' 라는 이름은 < 칼의 노래 > 의 김훈 작가가 손수 지었다. 자전거 여행길로도 유명한 화천 산소길에서 파로호 100리길 구간 중 '숲으로 다리'는 가장 아름답고 인기 있는 코스로 꼽힌다. 다리 양옆의 짙푸른 물과 데칼코마니로 펼쳐지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 신비로울 정도다. 강물 위로 난 다리가 끝나는 지점은 용화산 아래의 숲길로 이어진다. 강가를 따라 이어진 숲길을 걷다보면 붕어섬까지 다다른다. 붕어섬 안에는 잘 손질된 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각종 체육 시설이 눈에 띄는데, 자연과 함께 마음껏 뛰며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반갑다.

알고 보니 화천에서는 매년 여름 '세계조정경기'가 열리는 터라, 세계 운동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체육 시설에 좀 더 전문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는 길목의 화천은 오지마을처럼 조용하고 깨끗하다. 화천 시내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화남면 부근에 숙소를 잡는다면 이런 고요함과 명상의 시간을 더욱 진하게 가져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분함은 내년 1월 초(4일)까지만 가능하다.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잠들어 있던 화천의 겨울은 1월5일에 시작하는 산천어 축제와 함께 얼음을 뚫고 다시 시작된다. 인구 2만5000명인 화천에 축제 기간에만 8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게 될지 상상이 간다. 연말연시를 조용하게 보내기를 원한다면, 화천에서는 축제 전에 도시를 빠져나와야 한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 이태원 프리덤 >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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