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할머니 "1년전 스타벅스 갔다가.."

박진영 기자 2012. 12. 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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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 카페서 신문·영어성경책 탐독.."요즘 대선 불만 많아"

[머니투데이 박진영기자][광화문 한 카페서 신문·영어성경책 탐독…"요즘 대선 불만 많아"]

지난 17일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점심시간을 맞이해 샐러리맨들이 삼삼오오 몰리는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 한 켠에 '우아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신문더미가 든 종이가방 하나와 소지품이 든 가방 하나를 곁에 두고 영어 성경책을 조용히 읊조렸다. 꾸벅꾸벅 조는가 싶더니 커피와 치즈케이크 하나를 주문해 와 먹었다.

2년 전 맥도날드에서 24시간을 보내면서 관심을 모은 '맥도날드 할머니'. 그는 서울 중심가 곳곳의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을 방문해 밤을 지새우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맥도날드 할머니'(맥할머니) 권하자씨였다. 아직 자신은 '청춘'이라 나이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할머니는 이제 '맥할머니'라는 별칭은 더 이상 걸맞지 않는다고 했다. 권씨는 "1년 전쯤 부터는 스타벅스에 주로 있었는데 24시간 하는 여기(카페)를 발견해서 '럭키'"라며 "신세를 좀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세를 탄 뒤 맥도날드를 떠나 1년 전부터는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도 방문하고, 최근엔 '동선'을 넓혀 24시간 운영 카페로도 영역을 넓혔다.

'맥할머니'는 바깥생활을 한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요즘 근황을 묻자 "교회 이웃들이 조금씩 도와주는 돈으로 산다"며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 예배 드리고 교회에서 나오는 아침 밥 먹고 다시 카페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하루는 규칙적이다. 카페로 돌아온 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조간신문을 읽는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면' 신문은 꼭 읽어야 한단다. 요즘은 많이는 못 읽고 꼭 1개씩은 본다. 외무부에서 17년간 일했던 엘리트라는 주장답게 정치도 일가견이 있었다.

◇"요즘 대선 불만많다"

할머니는 요즘 대통령선거에 불만이 많았다. 열변을 토했다.

"박근혜도 문재인도 둘다 경험이 너무 부족해. 사람들이 너무 젊고. 사람은 결국 '경험'이야. 미국 레이건 대통령도 그 사람이 거의 70세 이럴때 대통령이 됐거든. 그런데 누구보다 잘 했단 말이지. 우리나라는 경륜있는 사람들이 너무 입을 벙어리처럼 닫고 있어. 물론 이 사람들은 젊어서 열정이 있지. 열망같은 게 있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 그건 좋지만 경험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게 있어. 나도 나이 들어서 알았어"

할머니는 "양당 대선후보는 모두 '자격미달'이다"고 못 박았다. "(박 후보는)아버님이 잘 하셨지. 잘 하셨는데 그게 또 시간 지나보니 민주주의에 반하는 그런거더라고. 그렇게 슬프게 갔으면 (박 후보) 본인은 좀 안나오는게 더 멋진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지. 명예나 그런 걸 떠나서 그게 더 하나님 뜻에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지. 문재인 그 사람은 너무 어려. 혹시나 '여자는 안된다' 이런 생각에 문재인 찍으려 한다 그러면 그건 멍청한거야"

대선 이야기에 열변을 쏟던 할머니는 다시 일상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었고, 그 때 절망에서 자신을 구해준 것이 '바이블(성경)'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 너무 곱게 자랐어. 아버지가 성공한 목재 사업가라 부모님 품에서 어려움 없이 산거야. 시집도 안가고. 그런데 덜컥 부모님이 돌아가셨어. 나는 성격도 조용해서 항상 어떤 테두리안에 나를 가둬두고 살았어. 부모님이 돌아가시니 나는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거야.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대사처럼 'To-be or Not- to-be'. 말그대로 죽느냐 사느냐 그걸 고민했지. 그런데 Not-to-be(죽는 것) 할 순 없잖아? 그래서 필사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지"

할머니는 고생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젊었을 때는 60대 노인이 되면 쭈글쭈글해 못생겨지면 어쩌나 고민이었는데, 그런 것이 중요한 점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됐다.

자신이 틀에 갇혀 살아왔다는 것도 깨달았다. 하느님이 내려준 '반쪽'이 나타나 나를 '낚아채기'를 책만 읽으며 기다릴 게 아니라 '헌팅'도 좀 하고 그래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반쪽을 아직 못 만났으니 그 사람을 만났으면 하고 기대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가장 큰 희망이라고 했다.

◇"고생해야 통한다"

할머니는 기자에게 "내 손녀 같다"고 했다. 나이가 그 정도면 곧 결혼도 할 텐데 애도 키우면서 회사 다니면 힘들겠지만 "그게 맞으니 그렇게 하라"고 조언했다. 대신 똑같이 일하고 남자보다 돈을 적게 주면 "화를 내라"고 충고했다.

자신의 사진은 예쁜 걸로 써달라며 직접 골랐다. '기자아가씨' 이름을 한자로 적어달라고 해 건넸더니 '눈꽃 영'자는 처음 본다며 위의 부수가 '비 우(雨)'자 보다는 '두 양(兩)'자가 더 좋지 않겠냐며 새로운 한자를 만들어 줬다. '이름을 바꿔서 미안하지만 양쪽이 조화로운 게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할머니는 '눈꽃 영'을 보니 생각이 난다며 "며칠 전 함박눈이 참 평화롭고 예뻤어요" 라며 "메리 크리스마스, 와이트(White) 크리스마스" 라고 이른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넸다.

[박진영 기자 트위터 계정 @zew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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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진영기자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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