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곱디고운 사람인데.." 이근안, 사죄는 없었다

2012. 12. 15.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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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낸 '고문 기술자' 이근안 前 목사

[서울신문]"내가 곱디고운 사람인데… 애국인 줄 알고 고문했다."

1970~80년대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74) 전 경기경찰청 공안분실장이 14일 자서전을 들고 돌연 대중 앞에 섰다. 이씨는 자신이 고문했던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해 12월 별세한 뒤 종적을 감췄었다. 이날 서울 성동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고문 기술자 이근안의 고백' 출판기념회에 등장한 그는 "고문은 인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서 "간첩이라도 쥐어박아서는 안됐고 과거를 회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력에 기생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선 애국으로 포장했다. 이씨는 자서전에 대공 업무, 신앙 생활, 시국에 대한 평가 등을 담았다.

●"영화 보며 내가 그렇게 악질이었나 하고 울어"

그는 자서전을 쓴 이유에 대해 "내가 고문 기술자로 등장하는 영화(남영동 1985) 제작 소식을 듣고 알몸으로 죽자는 심정으로 집필했다."고 말했다. 김 전 고문 별세 이후 이씨가 목사가 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고 논란 속에 교단으로부터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산속 기도원에서 생활하던 그는 영화 제작 사실에 자극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서전에서는 자신의 고문 사실을 '시대 탓' '애국' 등이었다고 변명했다. 이씨는 서문에 "'남영동 1985' 영화까지 제작, 상영하면서 매도하는 것이나 동일 인물이 한 시대에는 사상범으로 옥살이하고 또 한 시대에는 민주화 인사로 탈바꿈해 민주화 보상금까지 받는 행운을 바라보면서 시대를 잘 만나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또 "애국 행위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해 옥조근정훈장까지 받았지만 5공 정권이 사라지자 고문 기술자라는 대명사가 붙어 매도당했다."고도 남겼다.

●동료 등 35명가량 참석… 4~5명 박수도 쳐

김 전 고문과 서울 남영동 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대면했던 상황도 자서전에 담겼다. 김 전 고문이 12일간 묵비권을 행사하며 버티자 투입된 이씨는 "물고문을 해도 소용이 없자 배터리로 전기고문을 했다."고 밝혔다. 발가락에 소금물을 붓고 AA 사이즈 건전지로 전기자극을 줬는데 "배터리 크기를 보면 우습게 볼 것 같아 김 전 고문의 눈을 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고문 뒤 김 전 고문에게 민청학련 조직 계보도를 받았다고 말했다.

"과거 행동에 대해 사죄나 사과할 뜻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끝까지 '회개'라는 종교적 단어만 사용했다. 김 전 고문이 자신을 용서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영화 '남영동 1985'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변했다. 이씨는 "물고문은 주전자로 조금씩 물을 부어 가며 하는 건데 영화에서는 샤워기 끝 부분을 빼 버리고 호스째로 물을 붓더라."면서 "젓가락으로 맞으나 몽둥이로 맞으나 맞은 건 마찬가지 아니겠나. 나도 영화를 보며 내가 그렇게 악질이었나 하고 울었다."고 밝혔다.

그는 상부 명령을 거부할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직에서의 명령은 지상명령"이라면서 "때에 따라서는 건의를 하는 등 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20석 규모의 기념회장에는 이씨의 과거 경찰 동료 및 선후배, 중고교 동창 등 35명가량이 참석했다. 이씨가 연단에 나서자 4~5명 정도가 손뼉을 쳤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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