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지방 (<창업도 폐업도 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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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도 폐업도 내 맘대로…연구원 창업관리 '허술'>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연구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창업할 수 있고, 나중에 잘못돼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12일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비리 행태가 대전지검에 적발되면서 연구기관의 허술한 창업 지원 제도가 범행을 방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덕특구 내 A 연구기관의 연구원 송모(51)씨는 2008년 연구원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한 채 원자력 관련 사업체를 차렸다.

이후 자신의 업체 명의로 수주한 시험 용역 11건을 연구기관의 인력과 시설을 임의로 이용해 수행하고서 용역대금 1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검찰에 구속됐다.

송씨는 A 연구기관과 용역을 계약하려는 업체에 "어차피 내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내가 차린 회사와 계약하면 조금 더 싸게 산업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연구기관이 맡을 계약을 자신의 회사로 가로챘기 때문에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검찰은 전했다.

연구기관 창업 지원제도는 2000년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창업을 독려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원칙적으로 연구원이 사업체 대표를 겸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대 2년까지 겸직할 수 있지만 회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휴직을 해야 한다.

연구원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적 장치였으나 그나마 지켜지지 않았다.

겸직 연장 여부나 연구원의 장비 사용 등을 심의해야 할 연구기관 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심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연구원 창업 지원 규정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도 "송씨가 딴 용역 계약은 어차피 공모 방식이었기 때문에 계약을 전부 가로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또 송씨가 '우리나라에 없는 신기술로 3∼5년 내 3조원대의 수익을 내겠다'며 회사 설립을 승인받았지만, 정작 신기술 개발 사업을 하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기관 창업 지원제도 규정에 따르면 사업체를 운영하다 실적이 부진해 도산하더라도 지원받은 시설·기술비용을 메우지 않아도 된다.

A 연구기관 관계자는 "벤처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그만큼 창업하기가 어렵다는 취지에서 그 같은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른 연구기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기관의 창업 지원금이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창업 승인 여부를 심의하는 연구기관의 심의위원회가 전문성이 부족해 적절한 심사를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심의위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연구원의 창업 및 창업기업 관리를 책임지고 전담할 기구를 지정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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