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비판 블로그, 공익목적 땐 무죄" 첫 판결

이미지 기자 2012. 12. 12.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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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산후조리원 이용후기, 다른 소비자에 정보 주려했다면 합당"

작년 말 둘째 아이를 출산하게 된 박모(33·서울 노원구)씨는 다른 사람들이 올린 인터넷 이용 후기(後記)를 참고해 출산 후 들어갈 산후조리원을 정했다.

박씨는 출산 이틀 후인 작년 12월 14일부터 2주일간 250만원을 주고 I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가본 산후조리원은 박씨가 알던 곳과 달랐다. 갑자기 온수가 나오지 않아 아침에 남편은 찬물로 씻고 출근을 했고, 창문이 안 닫혀 방을 바꿔달라고 했지만 산후조리원은 들어주지 않았다. 박씨는 "이러고도 250만원이나 받는 게 정당하냐"고 항의하다, 산후조리원 사람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까지 했다.

박씨는 이에 산후조리원을 나올 무렵인 12월 26일부터 30일 사이 9차례 '맘스홀릭베이비' 카페와 자기 블로그 등에 산후조리원 이용 후기를 올렸다. 박씨는 "임산부들의 신중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글을 올리는 이유를 밝혔다.

글에는 "산후조리원이 친절하고 좋은 점도 많이 있다"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산후조리원에 불리한 내용이 담겼다.

박씨는 'I산후조리원 측의 막장 대응'(12월 26일)이란 제목의 글에선 "250만원을 청구한 게 정당하냐고 물어보니 막장으로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네요"라고 썼고, 같은 날 다른 글에선 "너무 불편했다. 돈이 아까운 것이 사실"이라고 썼다. 박씨는 다음 날 글에선 "산후조리원 체인점 공동 대표 중 한 사람은 고객(산모)을 돈으로 보는 것 같다"고 썼고, "온수가 안 나와 아침에 신랑이 찬물로 씻고 갔고 창문이 안 닫혀 일주일 동안 창문이 열린 채로 있었는데 방을 바꿔달라고 하니 화를 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박씨가 글을 올린 뒤 맘스홀릭베이비 카페(회원 수 180여만명)에선 찬반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I산후조리원은 이에 "악의적인 비방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박씨의 글이 사감(私憾)을 담은 비방인지 △소비자의 불만 표현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로 모였다.

1·2심 재판부는 박씨가 글에 적은 '온수 단수' 등의 내용이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막장 대응' 등 인격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을 다수 썼고, 산후조리원이 환불을 거부하자 계속적·중복적으로 댓글 등을 게시한 점으로 볼 때 비방에 해당한다"며 벌금 50만원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는 11일 "비방이 아니라 공익적 목적의 비판"이라며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박씨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은 '막장 대응' 표현은 "출산(出産)으로 몸과 마음 모두 예민한 변화를 겪은 박씨가 산후조리원의 문제점을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지적한 것"이며 "박씨가 글에 쓴 주요 내용은 소비자로서 겪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어 "산후조리원에 관한 정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가 글을 올린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익적이라면 사적 동기가 부수적으로 있더라도 '비방 목적'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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