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걱정되는 ‘럽실소’… 10대 동거-성매매 등 실제 경험담 소설 빠르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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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모 씨(44)는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 딸의 컴퓨터를 쓰려다 깜짝 놀랐다. '공고 가면 임신한대' '몸 팔아서 5000만 원 벌었어' '초6 일진남은 성폭행범입니다' 등 자극적인 제목의 문서파일이 바탕화면에 가득했다. 내용은 소설 형식인데 줄거리가 황당했다. 자초지종을 묻는 김 씨에게 딸은 "요즘 유행하는 '럽실소'인데 같은 반 친구 중에 안 보는 애들이 없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럽실소(러브실화소설)'라는 인터넷 소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10대가 실제 연애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소설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파일 형태로 전파된다.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어 완전히 허구인 일반 인터넷 소설이나 연예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팬픽(팬과 픽션의 합성어)'보다 현실감을 줘 청소년에게 영향력이 크다. 인기 글은 블로그나 카페 수백 곳에서 파일이 공유되고 있다.





10대들이 자신의 실제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럽실소(러브실화소설)'들이 올라

와 있는 한 인터넷 카페. 인터넷 화면 캡처

최근 인기를 모은 럽실소들에는 "연상인 20대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갑자기 자살을 시도했다"거나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이상한 자세로 성관계를 맺었다" "중3이지만 모텔에 들어가 인터넷에서 본 대로 실행에 옮겼다"는 등 자극적인 내용이 사랑으로 미화돼 있다. 또 10대가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이나 중학교 시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손님과 사랑에 빠졌다는 소설도 '추천목록'에 빠지지 않는다. 한 초등학생은 "일반 인터넷 소설보다 더 몰입이 잘돼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며 읽는다"고 말했다.

럽실소 작가로 인정받으려면 실제 경험임을 밝혀야 한다. 이 점 때문에 이성친구와 찍은 원본 사진을 카페지기에게 보내거나 연인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을 e메일로 보낸 뒤 연재 허락을 받는 절차까지 생겼다.

소설이 공유되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10대 청소년 회원들이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자극적인 내용은 피해 달라'고 공지하고 있지만 게시글 삭제처럼 강력한 제재는 없다. 포털사이트에서 럽실소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10여 개가 뜰 정도다.

전문가들은 주변으로부터 주목받고 싶어 하는 10대의 심리가 자칫 왜곡된 성의식을 표현하는 자극적인 글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이런 소설을 쓰기 위해 상상 속의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고, 보는 10대 역시 '아, 저래도 되는구나' 식의 학습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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