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붉고 끝이 벗겨지면 심장병…황색 설태가 끼면 장 기능 이상

중앙일보

혀는 신체의 축소판이다. 맛을 느끼고, 말을 하고, 음식을 삼키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혀의 색·모양·설태로 신체 주요 장기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다. 혀로 뱃속을 들여다보는 셈이다. 혀의 상태로 건강 점수를 매겨 보자. 또 점차 늘고 있는 원인 불명의 '설통(舌痛)'에 대해서도 알아 보자. 설통의 고통은 혀에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전신증상을 동반한다. 혀를 잘 관리하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혀, 주요 신체 장기의 거울

건강한 혀는 담홍색에 윤기가 돈다. 표면에는 백색의 설태(혀에 끼는 이끼)가 엷게 끼어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창남(중풍뇌질환센터장) 교수는 "한의학에선 혀를 심장의 싹(舌苗)으로 해석한다"며 "혀의 부위별 상태를 보면 심장을 비롯한 오장오부(五臟五腑) 주요 장기의 건강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혀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혀를 입 밖으로 내밀고 정면에서 봤을 때 동·서·남·북쪽과 중앙으로 구분한다. 고 교수는 "혀의 이 다섯 부분은 오장오부와 5가지 맛을 느끼는 감각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혀의 동쪽은 '폐+대장=매운맛' 같은 공식이 나온다(일러스트 참고).

 오장오부 장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혀의 해당 부위에 변화가 관찰된다는 게 한의학적 해석이다. 혀로 병을 진단하는 설진이다. 우선 맛을 느끼는데 문제가 생긴다. 고 교수는 "모든 음식이 달게 느껴지면 비장과 위, 짠 맛이 강하면 신장과 방광의 문제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혀의 겉모습으로도 건강상태를 가늠한다. 고 교수는 "혀가 많이 붉으면서 혀끝이 벗겨지면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쳐 심장과 소장에 병이 있는 것을 의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오장오부에 해당하는 혀 부위의 변화를 관찰한다.

 혀에 끼는 설태의 색도 진단 기준이다. 설태는 몸이 차면 흰색, 열이 많으면 황색으로 나타난다. 백태가 많으면 장(腸)이 매우 찬 것이다. 가늘고 묽은 변을 자주 본다.

 황태는 몸에 열이 많아 진액(신체 수분)이 부족해 나타난 현상이다. 변비가 심하다. 고 교수는 "혀가 붉고 황태가 두껍게 끼어 있으면 중풍 초기에 장 기능이 떨어져 대소변 보기가 불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진액이 너무 부족하면 검은 흑태가 생긴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혀 괴롭히는 질환 다양해

건강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혀가 통증으로 시름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지유진 교수는 "감염·만성적인 자극·구강건조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혀 통증(설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세균·바이러스·곰팡이에 감염되면 혀·잇몸·볼 안쪽에 궤양·수포·발진·갈라짐이 생겨 통증을 부른다. 지 교수는 "특히 혀에 궤양이 2주일 이상 사라지지 않으면 혀암일 수 있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치질 같은 자극에도 출혈이 생기고 점차 딱딱해지면 의심한다.

 지 교수는 "침을 분비하는 타액선이 결석으로 막히거나 염증이 생겨 구강건조증이 생기면 혀가 민감해져 아프다"고 설명했다. 당뇨병·고혈압·신장질환 같은 만성병으로 침 분비량이 줄어도 마찬가지다.

 잘 맞지 않는 치아 보철물(틀니, 씌운 이 등)과 부러져 날카로워진 치아가 계속 혀를 자극하는 것도 설통의 원인이다. 드물지만 혀가 틀니 재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 교수는 "이를 뽑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서 혀와 관련된 신경이 손상되면 설통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 원인 불명 '설통' 주범

원인이 명확한 설통은 치료할 수 있다. 원인이 불명확할 때가 문제다. 지 교수는 "혀와 입 속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설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고창남 교수는 "이런 설통 증상이 심하면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숙면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설통의 유형은 화끈거림·저림·따끔거림·매운 느낌 등 다양하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저녁이 되면 증상이 더 심하다. 짧게는 몇 주에서 몇 년 동안 지속된다.

 이런 설통의 원인은 다양하게 추측된다. 우선 특정 영양소 부족과 치료제 복용이다. 지 교수는 "신경계통에 영향을 주는 비타민B·엽산·아연·철분 같은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고혈압 치료제 일부에서 설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혈전(피떡)을 막는 항응고제와 호르몬 대체제도 설통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본다. 여성은 폐경 후 호르몬의 변화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원인 불명 설통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스트레스다. 지 교수는 "스트레스·우울증 같은 정신적·심리적인 문제가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혀는 심장의 싹이고, 심장은 마음(心)이기도 하다"며 "한의학에서 원인 불명 설통은 스트레스가 3개월 이상 지속된 울화병 때문으로 해석한다. 중년 이후 여성에게 많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팀의 연구 결과 원인 불명의 설통은 머리·목·어깨·허리·관절에 통증을 일으키고 대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전신증상을 동반했다. 원인 불명 설통은 휴식을 취하면서 치료한다. 한의학에선 침·뜸·운동치료로 증상을 개선한다. 치과에선 항우울제나 항경련제로 통증을 줄인다.

※설통 무료 검진 받으세요

강동경희대병원 중풍뇌질환센터 한방내과는 12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설통 의심 환자 30명을 선정해 한방생기능의학검사(설진검사, 자율신경검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대상은 설통과 함께 관절통·불안·초조와 안면의 둔한 느낌 등 전신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사람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홈페이지(www.khnmc.or.kr)에 증상과 사연을 올리면 된다. 발표는 12월 28일 홈페이지.

문의 02-440-7161(오전 9시~오후 5시)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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