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회 술마시던 40대男, 너무 피곤해 병원가니

중앙일보

직장인 김진혁(47·경기도 분당구)씨는 다가오는 연말 술자리가 두렵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 결과 간 수치가 평균보다 높아서다. 김씨는 평소 업무상 접대 자리가 많아 일주일에 3~4회는 술을 마신다. 최근 그는 술을 마신 뒤 다음 날까지 심하게 피곤하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만성 C형 간염이었다.

알코올은 C형 간염을 악화시킨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간암으로 발전한다. [중앙포토]

C형 간염은 간경변→간암으로 이어지는 간질환 사슬의 첫 단추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하기 쉽다. C형 간염에 걸렸어도 속이 메스껍다거나 쉬어도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이 전부다. 특히 B형 간염과 달리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예방도 불가능하다.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임규성 교수는 "A형·B형 간염은 백신이 잘 보급돼 매년 감염자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C형 간염 환자는 늘고 있다"며 "간암의 15%는 C형 간염이 원인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병을 키운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전체 C형 간염 감염자의 80~90%는 만성 C형 간염으로 악화한다고 보고했다.

조금만 방심했다간 간암으로

올해 12월 초까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C형 간염 환자 중 40~50대 남성은 전체 환자의 48%(946명)다. 대한간학회에서도 인구의 1% 정도인 60만 명이 C형 간염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사실을 몰랐다. 국내에 혈액 스크리닝 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1991년 4월. 이전에 병원에서 수혈을 받았거나 큰 수술을 했다면 C형 간염에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형 간염은 생활용품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예전에는 면도기·칫솔과 같은 1회용품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침이나 문신을 받은 경우에도 위험하다. 다만 가벼운 키스나 식사 같은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만성화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B형 간염은 영·유아 때, C형 간염은 성인일 때 만성 간염으로 이행되기 쉽다.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류수형 교수는 "똑같이 C형 간염에 걸렸다면 중년층은 면역체계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청년층과 달라 더 쉽게 만성 C형 간염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만성화 여부는 6개월을 기준으로 나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6개월 이내에 치료하면 급성, 그 이후면 만성이다.

 C형 간염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도 요주의 대상이다. 복지부 2010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40대 음주 고위험군은 20.3%로 20대(14.7%)보다 많았다. 음주 고위험군은 1회 음주량이 평균 7잔 이상이면서 주 2회 이상 술자리를 갖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C형 간염은 감염 후 만성화 단계를 거쳐 간경화로 진행한다. 보통 2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지만 감염 당시 나이가 많거나 술을 마시면 간이 더 빨리 딱딱해진다. 그만큼 간경변·간암으로 진행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20분이면 아는 진단방법 나와

문제는 자신이 C형 간염에 감염됐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기본 건강검진 항목에도 빠져 있어 조기 검진이 어렵다. 간 수치가 높을 때 추가로 검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단은 혈액 속에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엔 구강점막을 이용한 검사법(오라퀵)이 등장했다. 진단키트로 잇몸을 닦아 내 구강 점막을 채취한 뒤 시약에 넣고 20분 정도를 기다린다. 판독창에 나타나는 분홍색 선으로 감염 여부를 판독한다. 선이 두 개면 양성, 한 개면 음성이다. 하루 정도 지난 뒤 결과를 알 수 있는 혈액 검사와 달리 그 자리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C형 간염은 빨리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임 교수는 "만성 간염으로 지낸 기간이 짧을수록 치료가 잘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 byjun3005joongang.co.kr >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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