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골목·비탈은 빙판길.. 곳곳서 '미끌~ 꽝'

이동현기자 2012. 12. 8.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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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큰길 제설작업도 벅차 이면도로는 사실상 방치"주민 동참 없인 인력 한계" 시청·구청선 변명만주말 매서운 한파 수도권 영하 10도 밑

"아이쿠 … 아야." 전국에 '빙판길 낙상주의보'가 발령됐다.

대설(大雪)이자 전국적으로 큰 눈이 내린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한 후미진 이면도로 비탈길에는 외마디 비명소리가 잇따랐다. 한 50대 여성이 종종걸음으로 길을 걷다 미끄러져 넘어지자 그 뒤를 따르던 한 대학생마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주택가 도로는 이미 어느 정도 눈이 치워졌지만, 도로 옆 인도 주변은 지난 5일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생긴 빙판에다 이날 다시 눈이 쌓이면서 온통 얼어붙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다들 자기 가게 앞의 눈만 치우지 어디 다른 데까지 신경을 쓰겠냐"며 "안 넘어지려면 위험해도 차도로 걷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폭설 뒤 곧바로 한파가 몰아 닥치면서 인도나 차도 가릴 것 없이 꽁꽁 얼어붙은 길이'뚜벅이' 시민들에게는 심한'겨울철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제설 작업이 주요 도로 위주로만 이뤄져 주택가 골목길이나 이면도로는 제설작업에서 배제돼 곳곳에서 빙판길 비상이 걸렸다.

이날 용산구 후암동 고지대에 위치한 주택가에는 얼어붙은 길 위로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듯 부숴진 연탄재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변정순(51)씨는 "혼자서 눈을 쓸려니 힘에 부쳐 급한 대로 오늘 아침에만 연탄재 2개를 부숴 길에 뿌렸다"며 "채소를 싣고 온 납품 트럭도 비탈길을 못 올라와 그냥 돌아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학교들에도 빙판길 주의보가 내렸다.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초교 학교보안관 김선표(62)씨는 "겨울철 아이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 다니다 눈길에 잘 넘어져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며 "구청에서는 큰 도로만 제설작업을 해 길목부터 학교 정문까지 쌓인 눈을 제 때 치우려면 교장선생님까지 팔을 걷고 직접 나서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니 빙판길 낙상 사고가 잇따를 수 밖에 없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폭설이 내린 5일 0시부터 6일 오후 6시까지 빙판길 낙상 사고로 인한 구조ㆍ구급 신고 건 수는 261건에 달했다. 용산소방서 측은 "6일 낮 동안 빙판길 낙상사고로 인한 출동만 13건"이라며 "평일 전체 구급 출동 건수보다 2~3배나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인데도 서울시나 구청은 대책 없이 시민의식에만 기댄다. 한 구청 제설담당자는"시나 구청이 하는 제설작업은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큰 도로부터 먼저 진행한다"며 "주민들이 동네 눈 치우기에 힘을 보태지 않으면 고지대나 주택가 골목까지 제설하기에는 인력과 장비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로 집 앞 제설, 제빙 작업을 의무화했지만 벌칙 규정은 없다"며 "구청, 동 별로 자원봉사대 활성화 등 시민의식의 성숙을 바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 7일 첫 눈이 내린 부산지역 13곳을 비롯 전국에서 도로 32곳이 통제됐다. 항공편도 국제ㆍ국내선 156편이 결항했으며, 529편은 지연 운행됐다. 해상에서는 인천~진리ㆍ울도를 오가는 여객선 등 11개 항로 18척이 운항중지 됐다. 소백ㆍ속리ㆍ주왕산 등 3개 국립공원 51개 탐방로의 출입도 통제됐다.

기상청은 주말 내내 강추위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내다봤다. 8일 서울ㆍ수원 영하11도를 기록하는 것을 비롯, 중부 대부분 지역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방도 대구 영하4도, 광주ㆍ울산 영하3도 등 제주를 뺀 모든 지역이 영하권에 머물 전망이다. 일요일인 9일은 철원의 수은주가 영하20도까지 떨어지고 서울 영하13도 등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울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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