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살 바에는"…비뚤어진 모정이 부른 비극>

연합뉴스

불우한 어린 시절 경험이 아들 학대·살해로 이어져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내가 살아온 것과 비슷한 처지의 아들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학대받으며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최모(37·여)씨는 경찰에서 범행동기를 이렇게 진술했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엄마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서 비롯된 '학대의 대물림'과 아들이 자신처럼 살게 될까 두려워 한 엄마의 '비뚤어진 모정'이 있었다.

최씨는 가정 불화로 가출하면서 세명의 아들 가운데 자신을 많이 닮은 둘째 박모(2)군만 데리고 나왔다.

그만큼 아들을 아끼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소한 일로 아들을 심하게 때리는 등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더 나아가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잔인한 행동까지 했다.

최씨는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 불우한 어린 시절…아들 학대로 이어져 = 최씨는 지난 9월 가정 불화로 경남 김해에 있는 집을 나올 때 세 아들 중 둘째인 박군만 데리고 나왔다.

평소 박군이 자주 울거나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 등으로 가족의 미움을 샀다고 생각한 최씨는 박군을 집에 남겨두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했다.

박군에게서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때문이다.

그는 부모의 가정폭력을 지켜보며 자랐고 자신도 정신·신체상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사고로 숨진 뒤 친척 손에 맡겨져 고아처럼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결혼생활도 순탄하지 못해 결국 집을 나왔고 아들과 함께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한 지인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주일에 3~4차례씩 박군을 때리는 등 학대한 것은 다름 아닌 최씨 자신이었다.

생후 36개월밖에 안된 아들이 대·소변을 못 가리지 못해 혹시 방 안에서 실수라도 하면 심하게 때리는 등 사소한 일에도 폭행을 가했다.

어릴 때 신체·정신적 학대를 경험한 최씨는 2000년대 후반 결혼 당시 남들과 같은 가정을 꾸리기를 바랐지만 행동은 꿈을 따라가지 못했다.

◇ "가정과 사회가 나를 학대" 정서 불안이 극단의 선택 불러 = 최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하고 유흥업소를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후에는 남편과 자주 다퉜고 남편과 사회로부터 학대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출해 지인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정서가 더 불안해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처럼 아들도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거나 '학대받는다'고 느낀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씨는 범행 한 달 전부터 '아들이 학대받으며 살 바에야 차라리 함께 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 학대 대물림 막을 대책 필요 = 전문가들은 최씨의 과거 학대 경험과 현재의 정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학대의 대물림을 예방하는 '건강한 부모' 교육을 국가차원에서 실시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최씨처럼 어린 시절 부당한 대우(학대)를 경험한 사람들 대부분이 분노 조절을 잘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며 최씨도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가 자신의 통제 밖 행동을 보이자 감당하기 어려워 극단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의 한 공원에서 아들 박군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가방에 담아 주남저수지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지난 2일 구속됐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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