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오기' 통할까…성추문 검사 또 수뢰혐의>

연합뉴스

녹취록 '자기야' 등장…변호인 "겉으로만 화기애애"

'성적 가혹행위' 적용, 검찰로선 용인 못 할 구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여성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전모(30)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하루만인 27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같이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적용한다. 결정적인 추가 증거물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번에도 영장이 기각된다면 검찰이 끼워 맞추기 식의 법 적용으로 쓸데없는 '오기'를 부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녹취록엔 '부탁해' '자기야' = 법원은 1차 영장을 검토한 뒤 뇌물죄 성립 자체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의자와 성관계를 한 검사를 윤리적으로 비난할 가능성이 크지만 조사된 기록만으로는 범죄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첫째, 전 검사와 B씨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둘째로 B씨가 뇌물공여 의사가 없었다고 명백하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검찰은 대검 감찰본부에 제출된 4~5시간 분량의 녹취록을 근거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되며 B씨가 완전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원의 판단 근거를 반박했다.

녹취록에는 B씨가 모텔에서 성관계 후 '사건을 잘 부탁한다'고 전 검사에게 말하는 부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 검사가 '자기야'라고 부르고 B씨도 같은 말로 답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견상 성관계에 강압성이 있었다고 보기엔 어려운 정황이다.

◇변호인 "어쩔 수 없는 상황" = B씨의 변호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경찰단계부터 피해여성의 의견이 묵살당한 채 합의를 종용받았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를 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성폭행을 당했지만 가해자가 담당검사인 탓에 호소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겉으로만 화기애애하게 답했다는 것이다.

전 검사는 성관계 이후 B씨의 사건 부탁을 듣고는 "결정권이 부장한테 있어서 나도 어쩔 수 없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무리한 법 적용으로 성폭행 피해자를 가해자의 공범으로 만들었다"며 "검찰이 궁여지책으로 피해여성이 뇌물공여자는 아니라고 하니 지켜봤는데 결국 법원이 이(뇌물)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죄목 적용 가능성은 = 초기부터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있었다.

형식상 전 검사의 행위에 가장 부합하는 혐의는 '위계에 의한 간음'이다. 검찰도 이를 인정한다. 그러나 전 검사와 B씨가 민형사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합의한 이상 친고죄인 이 법을 적용할 순 없다.

합의 자체가 기망에 의한 것이거나 고소권 포기가 정당한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원천무효가 될 수 있지만, 여기에도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인다.

전 검사에게 폭행·가혹행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형법 125조는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등이 그 직무상 형사피의자 등에 대해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가한 때 5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다.

가혹행위는 폭행 이외의 방법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며 간음·추행 등도 포함된다.

가혹행위죄 처벌에는 징역·자격정지가 병행해 선택조건인 수뢰죄보다 무겁다.

폭행·가혹행위죄는 강간·강제추행·피구금부녀간음죄 등과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 관계여서 당사자들이 합의했더라도 적용에 무리가 없다.

감찰본부는 B씨가 완전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가혹행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뇌물수수라면 B씨가 자발적으로 성을 제공한 것처럼 되지만 가혹행위죄를 적용한다면 전 검사가 B씨에게 성적 가혹행위를 자행한 구도가 되기 때문에 검찰이 그것만은 피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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