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재벌 봐주기 수사…내부서도 “검찰총장 사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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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봇물 터진 "검찰 개혁" 목소리


이대통령과 대학 동문인 한 총장
내곡동 사저터 무혐의 처분 이어
SK회장 최저형량 구형에도 '입김'
내부게시판에 '개혁 요구' 실명 글
대검 간부들은 "총장 사퇴 반대"
평검사회의 26일부터 열려 주목


최근 검찰이 처한 위기의 핵심에 한상대 검찰총장이 있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김광준 부장검사의 뇌물사건에 이어 초임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더니, 한 총장이 평소 친분이 있는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의 구형량을 낮추라고 지시한 사실까지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에 대한 '봐주기 구형'은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에 대한 부실수사에 이어, 검찰권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한 총장의 '검찰권 사유화'

최근 연이어 불거진 검사의 뇌물수수나 성추문에 대해 1900명에 가까운 검사 중 극소수의 '일탈'로 치부하는 검찰 일각의 분위기도 있지만, 뇌물 액수나 집무실에서의 성행위 등 일탈의 내용이 유례없이 충격적이란 점에서 검찰총장 퇴진론이 이미 제기된 상태다.

특히 한 총장이 최 회장의 구형을 가볍게 해주라고 수사팀한테 지시한 것은, 일부 검사들의 탈선과는 맥락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검찰권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지도·감독하는 게 검찰총장의 일인데, 한 총장이 되레 친분 있는 재벌 회장에게 구형량을 낮추는 '특혜'를 주라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검찰을 두고 한 총장에게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정권을 보호하려는 검찰의 '무리수'는 정권 마지막 해인 올해 노골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평가다. 검찰은 의혹의 화살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향하는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과 내곡동 사저 사건 수사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특히 내곡동 사저 사건 수사 때는 관련자들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청와대 경호처의 배임 혐의에 대해 수사팀은 기소 또는 기소유예 의견을 냈지만, 한 총장이 이를 묵살하고 무혐의 처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검찰의 '뭉개기 및 눈치보기'로 인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됐고,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는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현금 6억원을 받아왔다는 날짜가 검찰에 낸 서면진술서의 날짜와 다르다고 진술해 검찰 수사가 엉터리였음을 확인시켰다. 특검이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고 사건의 본질을 '불법 증여'로 판단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검찰의 반성은 없었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검찰의 한 간부는 "검사 뇌물사건으로 상황이 엄중한데도 한 총장이 최 회장 봐주기 구형을 지시한 것을 보면 전혀 반성하는 바가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또다른 간부는 "한 총장의 내곡동 사건 봐주기로 '정치검찰'이란 낙인이 찍혔다. 최 회장에 대한 봐주기 구형이나 내곡동 사건 봐주기나 한 총장이 검찰권을 사유화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25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검 과장(부장검사급) 회의에서는 한 총장 사퇴에 대해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일선에선 최근 사건들에 대해 한 총장이 당연히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 검찰 내부 '높아지는 개혁 목소리'

검찰개혁 관련 의견을 모아보라는 한 총장의 지시로 열린 대검 과장 회의에서는 "인지수사는 현재의 10%면 충분하다", "문제된 사건들의 수사 결과를 담은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 "검사 적격심사의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윤대해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24일 검찰청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e-pros)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정치권력에 편파적인 수사', '재벌 봐주기 수사',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무소불위의 권력', '검사의 부정에 무감각한 태도' 등 좀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검찰 내부의 개혁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검찰이 과연 내부 동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는 26일부터 검찰청별로 열릴 예정인 평검사 회의에서 얼마나 치열한 반성과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규 김정필 기자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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