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저항’ 티베트에 중국은 쩔쩔

시사저널

틴레이 지아초는 31세의 티베트 대학생이다. 그의 친척 세 명이 지난 3개월간 분신자살했다. 그는 아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의 의미를 도저히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분신 계획을 미리 알았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말렸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육신을 태워 목숨을 끊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온당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도 분신한 가족들에 대한 존경심 같은 것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억제할 수 없다. 6촌인 26세의 누이는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역시 분신한 삼촌은 50대이다. 사람들은 분신한 사람들의 희생에 고개를 숙인다. 분신자들의 사진은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널리 회람된다. 사진을 본 사람들은 죽은 자의 용기와 조국에 대한 사랑에 존경심을 품게 된다.





인도 뉴델리에서 티베트인 학생들이 분신 자살한 티베트인들의 영정을 들고 중국 정부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지난 3월26일 인도 뉴델리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인도 방문에 앞서 한 티베트인이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 AP 연합

10월 한 주 동안 일곱 명 분신하기도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분신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권력으로 짓누르고, 설득하고, 교화하고, 때로는 돈도 준다. 하지만 모두가 실패로 끝난다. 분신 소식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중국 서쪽에 있는 조그만 나라 티베트를 집어삼킬 기세이다.

지난 10월에는 일주일 동안에 일곱 명의 티베트인이 분신했다. 2011년 3월 이후 분신한 사람은 60명에 이른다. 일요일인 지난 11월4일에도 25세의 청년이 분신했다. 그의 직업은 예술가로 알려졌다. 그가 남긴 두 아이는 순식간에 고아가 되었다. 청년은 왕궁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정권 교체를 결정할 공산당대회를 앞둔 중국 당국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공산당이 바라는 것은 사회 안정이다. 그래서 분신 소식이 달갑지 않다. 당국은 티베트 도시들을 무장 병력으로 봉쇄했다. 도로에는 바리케이드와 검문소가 설치되었다. 무장 경찰은 폭동 진압 장비로 무장했다. 이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분신 소식을 전파하던 티베트인 다수가 체포되었다.

틴레이 삼촌이 분신한 마을에는 공안 당국의 공고가 나붙었다. 분신에 관한 정보나 분신을 독려하는 자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8천 달러의 보상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당국이 분신자의 유족들에게 돈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단, 조건이 있다. 분신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자백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분신자들이 우울증이나 결혼 문제 혹은 학교와 관련된 고민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다는 식으로 몰고 간다. 하지만 티베트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국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유족들에게 건네준다.

중국은 티베트에 중국의 가치를 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학교와 사원에서는 '애국 교육'을 강화하고 주민들에게는 공산당 이론을 배울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의 분노만 자극할 뿐 효과는 없다.

지난해 가을 티베트 남단 아바 지역에서는 분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대다수 분신자는 승려들이었다. 이들은 종교 탄압에 항의해 자살했다. 분신 바람이 진정되지 않자 당국은 아바 지역에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화해 정책을 폈다. 이 조치가 효과가 있었던지 분신은 진정되었다. 그러나 북쪽에서 다시 분신이 시작되어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확산되었다.

틴레이의 사촌은 지난 8월7일 사원에서 분신했다. 그녀의 검은 시체 사진은 망명자의 웹사이트를 통해 배포되었다. 그녀는 몸에 불을 댕기기 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귀국시키라고 외쳤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에게 적극적 협조 요구했지만…

그의 분신 모습은 남은 아이들과 남편에게 충격이었다. 남편은 인도에서 일하고 있으나 분신을 하던 때에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남편이 곁에 있었는데도 분신을 막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네 살짜리 아들과 두 살배기 딸에게 엄마의 죽음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 가늠할 길은 없다. 10월13일 54세의 틴레이의 삼촌 역시 사원에서 분신했다. 그는 가난한 농부였다. 손자가 재림한 라마로 알려지면서 그는 마을에서 저명한 종교 지도자가 되었다.

최근에 분신한 사람은 대부분 은퇴자들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60대였다. 그도 사원에서 분신했다. 그는 분신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자문을 해왔다.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한 노인은, 젊은이들은 목숨을 아껴야 하며 늙은이들이 분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사원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라브랑은 최근 몇 주간 분신의 메카였다. 중국이 개입해 종교를 탄압하고 중국식 교육을 강요한 결과라고 티베트인들은 주장한다. 특히 달라이 라마를 비판하도록 회유한 조치가 티베트인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2008년 망명한 라브랑의 전 승려는 중국이 티베트 종교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라브랑의 분위기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는 비록 현지를 떠났지만 여전히 승려들과 접촉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현지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라브랑은 사실상 병영이 되었다.

2008년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일어난 반중(反中) 봉기는 인접한 3개 중국 성으로 확산되었다. 이들 성은 티베트 밖에 있으나 티베트인이 최대 규모로 거주하고 있다. 봉기 이전까지 중국식 문화를 마지못해 수용하던 이곳 주민들은 봉기를 계기로 반중으로 돌아섰다. 티베트 망명 정부는 일단 형식적으로는 분신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베이징은 달라이 라마에게 분신 중단을 촉구하는 강경한 성명을 발표하라고 압박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분신을 둘러싼 망명 정부의 고민은 깊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티베트 문제를 연구하는 디브예시 아난드는 방관할 수도 없고 중단을 요구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신을 성스러운 행위로 찬양하면 분신 고무가 되고, 공격하면 '슬픈 공격'이 되는 이율배반 속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달라이 라마는 한때, 중국은 공산당이 망하든지 나라가 망하든지 둘 중 하나의 길을 갈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공산당의 1당 독재로 경제적 부는 이루었으나 사회 안정은 미완이다. 이 때문에 중국 새 지도부의 고민도 깊다. 티베트인들의 분신은 어쩌면 중국에는 뇌관 같은 것이다. 몸을 불살라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탱크도 소용없고 총칼도 통하지 않는다. 거인 중국도 분신이라는 뇌관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듯싶다.

조홍래│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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