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넘어 술 먹으면 알콜중독?..게임은 왜..

2012. 11. 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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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병찬 변호사…"셧다운제로 게임중독 해결 못 한다"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가 20일로 시행 1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당시에도 불거졌던 논란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접속을 차단해 게임중독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이 같은 '발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는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 변호사는 19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일단은 밤에 하는 건 나쁘니까 다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게임중독 해결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셧다운제가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여성가족부는 심야시간대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률이 0.5%에서 0.2%로 줄었다면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게 여가부가 용역을 준 건지는 모르겠는데, '미래를 여는 청소년학회'에서 조사를 했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 이용률이 0.5%에서 0.2%로 0.3%포인트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건데, 과연 그게 얼마나 유의미한 수치인지는 모르겠다. 국회에서 청소년보호법이 통과될 때 있었던 수많은 논란에 비하면 (0.3%포인트가) 과연 유의미한 수치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여가부 입장에선 단 한명이라도 (이용자가) 줄어드는 거면 의미가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봤을 때 그러면 셧다운제로 게임중독 문제가 해결됐느냐, 효과가 있었느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여가부가 얘기했던 (제도 도입 이유 중) 수면권·학습권 보장은 어떤가. 만약 그 기준대로라면, 게임을 할 시간에 잠을 자거나 공부를 하는 청소년이 얼마나 늘었느냐가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단순히 게임을 막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면, 심야에 게임을 안 하는 시간이 수면이나 학습으로 이어져야 목적이 달성됐다고 볼 수 있는데 과연 그런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게임을 못하게 됨으로 인해서 사회적 공익이 크게 증대됐냐. 그것도 아니면 셧다운제 덕분에 아이와 학부모 사이에 게임으로 인한 갈등이 줄었냐. 역시 아니라고 본다."

-셧다운제가 일종의 '진입장벽'으로서의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국가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인 것 같다. 전형적인 자기 위안이다. (0.3%포인트면) 오히려 강제적인 방식으로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통계자료에서 입증됐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게임중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도록 하는 자기위안이거나 '알리바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게임중독이 심각한데 국가에선 뭘 하고 있느냐?'하고 누가 물으면 '셧다운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는 것이다. 0.3%포인트를 가지고 국가가 뭘 하고 있다고 위안 삼거나 변명할 수 있나. 그건 아닌 것 같다. 갈등이 줄었다거나 청소년 게임중독이 원인이 된 범죄율(학교폭력)이 낮아졌다거나 이런 게 밝혀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연구나 통계로 밝혀진 게 없다.

청소년들에게 다른 놀이문화가 없고, 안전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락거리여서 게임을 한다고 본다. 또 잠시나마 경쟁위주의 학교교육으로부터 탈피해서 여가생활을 하는 건데, 그런 것들을 일률적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히지 않을 거다. 과도하게 개임을 하는 건 현실도피에 대한 욕구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해서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청소년 게임중독 해결'이라는 원칙을 봤을 때, 결국은 '무언가를 했다'는 위안거리거나 변명에 불과하지 '해결'에 얼마나 다가갔냐 하는 부분은 의심스럽다."

-지난해 10월 헌법소원을 냈는데, 비슷한 취지인가.

"헌법소원은 청소년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취지는 비슷하지만 법리적으로 다투는 거여서 약간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게임으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권리, 그런 것들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교육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지금은 서면으로 공방이 오가고 있고, 아직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일정이나 진행 상황은) 아직 전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 이병찬 변호사

-최근 여가부는 모바일 게임에도 셧다운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능한 건가.

"(법적으로는) 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보면, 셧다운제의 적용범위가 적정한지 다시 2년 뒤에 다시 판단하게 되어 있다. 모바일 게임 게임이 중독 문제를 야기한다면 다시 평가해서 적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또 그럴 경우, 새로 발생하는 법적 문제는 없을까.

"아마도 16세 미만 청소년의 명의로 개통된 단말기는 접속할 대부터 필터링을 해서 0시에서 6시 사이에 (게임 서버에) 접속하는 걸 다 막는 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만만치 않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본다.

셧다운제가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는 없는 제도여서, (모바일 셧다운제에 따른) 법적인 문제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다른 선례를 보면, 아무래도 사업자들간 형평성 문제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게임등급제에 따르면, 현재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말고는 자율적으로 평가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미국에서 전체이용가 게임을 만들고, 서버도 미국에 있는데 한국에서 접속하는 걸 일일이 제어할 수 있나. 그건 못 할 거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게임사들만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당연히 발생할 거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이 문제라는 인식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 아닌가.

"청소년들이 게임을 과도하게 하고 있고, 그건 당연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어떤 방법이 (문제 해결에) 효율적일 거냐는 얘기가 된다. 지금의 논의는 예를 들면 '게임산업이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절반이다, 돈 잘 버니까 여가부에서 규제하지 말아라, 왜 국가 경쟁력을 깎아 먹으려고 하냐', 그런 식의 프레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돈 때문에 규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프레임인데, 대부분의 매체에서 그런 식의 프레임으로 게임을 바라보고 있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게임중독) 문제가 있는 게 맞다. 해결해야 하는데, 좀 더 현실적으로 보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다. 청소년들이 밤늦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대안적인 놀이공간이나 문화도 없다. 게임중독을 치료할 공간도 부족하고, 부모들도 게임을 잘 몰라서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게임은 왜 문제인지, 어느 정도를 중독이라고 봐야 하는지,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게 게임의 중독성 때문인지 아니면 학업 스트레스나 교우관계 갈등 때문인지, 이런 부분을 가지고 복합적으로 접근해야지 '일단은 밤에 하는 건 나쁘니까 다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게임중독 해결 할 수 없다는 거다. 돈 버는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 아니라,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는데 근본적으로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 온라인게임 < 스타크래프트 > 의 한 장면.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그렇다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꺼내야 할까.

"자녀의 게임중독 때문에 고생하는 부모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게임중독) 상담 예약을 위해서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가격도 비싸다. 더 쉽게, 더 값 싼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담·치료)기관을 설치하고,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러 번 했던 얘기지만, 게임중독은 '언제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하느냐'가 문제 아닌가. 또는 '어떤 증상이 발생하느냐'가 중독 상태를 얘기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게임중독에 대한) 기준들을 좀 더 납득 가능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2시 넘어서 술 먹는다고 알콜중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알콜중독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이상은 중독 상태에 가까우니까 상담을 받으라거나, 전문가의 치료를 받으라거나 하는 체계적인 기준을 가지고 교육을 하고, 치료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작업부터 해야지, 셧다운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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