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1살 전지현씨 "자고 나니 나주 성폭행범.."

최우영 기자 2012. 11. 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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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아동성폭행범 오보 사진 주인공..그래도 '개콘' 무대는 '꿈'

[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단독인터뷰]아동성폭행범 오보 사진 주인공…그래도 '개콘' 무대는 '꿈']

청천벽력. 멀쩡한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자고 일어나니 '천하의 몹쓸 성폭행범'으로 전락해 있었다.

전지현씨(21)는 하루아침에 '아동성폭력범'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1년 전 나주 성폭행범 고종석의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 속에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남 보길도에서 개그맨의 꿈을 안고 올라와 3년째 서울생활을 하던 그는 아직도 지난 '9월1일'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눈 떠보니 난데없는 '아동 성폭행'으로 몰려

지난 9월1일은 전지현씨가 조선일보 1면에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이라며 전씨의 얼굴이 고종석으로 지목, 사진으로 큼지막하게 실린 날. "친구들이 '너 아동 성폭행범으로 조선일보 1면에 나왔다'고 할 때까지도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합성사진 만들어도 왜 이딴 걸 만드냐며 농담으로 답했지만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죠."

그는 백제예술대 방송연예과를 휴학한 뒤 서울에 올라와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보도 이후 1달 동안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간간이 생계를 위해 뛰어들던 돌잔치 사회자, 지방축제 마당극 등의 일정도 한동안 접어야만 했다.

극단 멤버로 활동하며 지방축제 마당극에 참여한 전지현씨. 전씨는 "신문 연예면에 나오기도 쉽지 않은데 1면에 먼저 데뷔했다"며 웃었다. /사진=kbs화면 캡처

사진 오보 역시 친구들의 제보로 알게 됐다. 9월 1일 아침 9시에 일어났을 때 80통씩 쌓여있는 부재중 통화와 500개씩 쌓여있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봤을 때도 상황 파악이 안됐다.

전씨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들까지 전화를 해서 인터넷을 열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인터넷을 확인해보니 1년 전 친구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아동 성폭행범과 지인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있어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경황이 없던 전씨는 서울 광진경찰서 사이버수사대를 찾아가 "명예훼손인 듯한데 어떻게 조치해야하냐"고 물어봤지만 냉담한 반응이 돌아왔다.

"경찰관이 처음에는 토요일이고 점심시간이니까 나중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꼬박 1시간을 기다렸다 질문했더니 '명예훼손이 아닌 것 같다'는 답변만 들었어요. 너무 화가 났죠. 참담했습니다." 당시 광진경찰서에는 주말 당직을 사이버수사대 직원 대신 수사과 소속 경제팀 경찰관이 맡고 있었지만 퇴짜를 맞은 셈이다.

이에 대해 광진서측은 "10시30분 쯤 전씨가 찾아와 실수로 보도를 한 경우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소송 등을 통해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후 전씨는 대인기피증까지 걸렸다.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니 뇌혈관 수축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건국대병원에 입원해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전지현씨가 19일 건국대병원에서 사진 오보 피해를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honggga@mt.co.kr

조선일보에서는 9월1일 오후 3시가 지나서야 연락이 왔다. 보길도에서 전복 양식을 하는 부모님이 밤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다음날인 2일 조선일보사 앞 커피숍에 함께 들어갔다.

"처음에는 평기자 1명이 와서 죄송하다며 얘기 좀 나누자고 하더라고요. 아버지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사장이 내려와서 미안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장난치냐'고 화를 내자 곧 사회부장 등이 내려왔어요. 정정보도가 너무 단촐해 진심 어린 사과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항의하고 인터뷰 등을 통해 반론권을 보장해달라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조선일보와는 3~4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보상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 전씨는 "조선일보보다 훨씬 더 줄기차게 연락해오면서 만나자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변호사들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40~50통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남아있는 상황이 1달 가까이 지속됐다. 연락처 한번 알려준 적 없는 사람들이 줄기차게 전화를 해 "도움을 주고싶다"면서 만날 것을 요구했다.

↑전지현씨가 19일 건국대병원에서 사진 오보 피해를 이야기한 뒤 회상에 잠겨있다./사진=홍봉진기자 honggga@mt.co.kr

◇그래도 '제2의 김병만'이 되고 싶다

전씨는 3년 동안 지방 행사 등을 다니며 개그맨 공채시험을 계속 준비해왔다. 지난해 2개 방송국 공채시험에서는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역시 공중파 방송국 공채를 준비하는 중이다.

가장 걱정하는 것은 행여나 '개그맨이 개그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이다. "남들은 힘든 경험 있으면 자기소개서에 잘 녹여서 쓰라고 하는데 저는 한마디도 안 보탰어요. 제 개그로 평가 받고 싶은데 '성폭행범 오보의 주인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잖아요."

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서울에서 그런 더러운 꼴 그만 당하고 내려와서 전복 양식이나 같이 할 생각 없냐"고도 제안했다. "그럴 수는 없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한 뒤부터 평생의 꿈으로 삼고 개그맨이 되겠다고 온갖 고생 다 해가면서 이 악물고 버텨온 생활인데···. 기어코 개그로 서울에서 성공하겠다고 다짐했죠."

꿈은 '김병만' 같은 개그맨이 돼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는 것.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를 힘으로 김병만 같은 재미있는 개그로 평가 받고 싶어요."

전씨의 특기는 김병만처럼 몸으로 하는 개그. 병실에 누워 어두웠던 눈빛이 아크로바틱과 덤블링 이야기를 하면서 반짝거렸다. "원래 남들이 잘 안하는 배역 맡는 것도 좋아해요. 마당극하면 주로 원시인, 스님 이런 식으로 몸에 뭘 많이 붙이고 몸으로 구르는 걸 도맡아 했죠."

전씨는 "열심히 노력하며 아픈 일을 잊고 웃다보면 언젠가 세상이 오해하는 꼬리표를 떼고 개그로만 봐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무성영화의 대가 찰리 채플린은 1952년에 발표한 작품 '라임라이트'에서 주인공 칼베로로 출연해 극중 힘들어하는 여주인공 테리에게 "웃어주지 않으면 비극이 된다"며 격려했다. 그는 "다시 몸을 추슬러 사람들에게 몸개그를 선보이고 싶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164cm의 단신 보길도 청년의 웃음은 비극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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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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