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세계파이낸스]

호암 고(故)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이 자손간 상속 싸움으로 인해 반쪽 행사가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옥 출입문 사용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던 CJ 이재현 회장은 아예 묘소를 찾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19일 오전 용인 이병철 회장의 선영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라움 관장,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와 주요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선대회장 추모식을 열었다.

이 회장은 2007년과 2008년 건강상의 이유로 추모식에 불참했으나 2009년부터는 매년 모습을 나타냈다. 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함께했다.

이날 행사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서울에 거주하는 부사장 이상 임원진 100여 명도 참석했다.

이 회장의 추모식은 그간 범 삼성가의 가족 행사로 치러졌지만 올해는 삼성측에서 그룹별 행사로 형식을 바꿨다.

행사 주최측인 호암재단은 이 과정에서 CJ그룹에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사용한 한옥과 한옥출입문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 CJ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잡음이 일었다.

CJ는 삼성그룹 행사가 끝난 직후인 오후 1시께 이재현 회장이 별도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재현 회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추모식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삼성측이 한옥 출입문 사용을 끝내 불허해 뜻을 굽힌 것으로 전해진다.

CJ측은 "지속적인 요청에도 삼성그룹이 정문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이재현 회장은 올해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CJ그룹은 사장단만 오후 1시30분께 선영에서 별도 추모식을 가졌다.

이재현 회장은 이날 저녁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이병철 회장 제사를 지낼 예정이지만,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는 제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과거 이병철 회장이 살았던 장충동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는 이재용 사장 등이 참석했지만 지난해 인재원으로 장소를 옮긴 후로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J측은 이에 대해서도 "제사를 지냈던 장충동 자택 자체가 이건희 회장 명의인데, 삼성측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해와 어쩔 수 없이 장소를 옮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과 CJ는 호암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해 온 선대회장의 주식 중 상속분을 달라며 올 2월 소송을 낸 것을 계기로 대립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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