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갔던 아들이 중태에 빠졌다

헤럴드경제

쓰쓰가무시 걸린 기갑부대 병사
군의관, 소화제·지사제 단순처방
열흘만에 증상 악화…장기 훼손
패혈쇼크로 생사 갈림길에


하루 이틀새 호전될 병 방치
"누가 아들을 軍 보낼수 있겠나…"





건강한 병사가 며칠 사이에 혼수상태에 빠지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는 황당한 군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기갑부대에 근무하는 김유승(21) 상병은 지난 3일 몸에 이상을 느낀 지 불과 1주일여 만에 폐와 간 등 장기가 상당 부분 훼손돼 현재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김 상병은 지난달 22일께 부대 내 울타리 잡풀 제거작업에 동원된 지 약 열흘 만인 이달 3일 몸에 이상을 느끼고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외에서 들쥐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사람을 물어 발생하는 질환인 쓰쓰가무시병의 잠복기가 보통 10여일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쓰쓰가무시병인 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건강하게 군대에 갔던 아들이 병상에 누운 채 돌아왔다. 눈도 못 뜨고, 말을 할 수도 없다. 그저 하루 종일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있을 뿐이다. 입대 14개월 만이다. 아파서 군의관에게 간 아들은 소화제, 진정제, 지사제 등을 처방 받았다. 그러나 결국 쓰쓰가무시병으로 확인됐다. 국가를 믿고 군대에 보낸 우리 아들들이 이런 처우를 받고 있다는 게 씁쓸하다. 김유승
상병이 15일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의식이 없는 채 누워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복통, 설사 증상을 보이던 김 상병은 견디다 못해 지난 7일 부대 군의관을 찾아갔으나 소화제, 지사제 등을 처방받았다. 차도가 없던 그는 목이 붓고 열이 오르는 등 증세가 악화돼 9일 오전 다시 군의관을 찾았지만 내과 군의관의 부재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해열제 등만 처방받았다. 김 상병의 증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내려진 것은 아픔을 호소한 지 1주일여가 지난 11일이었다. 당직근무를 서던 내과 전공의 군의관이 김 상병 목 뒤에 가피(부스럼 딱지)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부터다. 김 상병은 12일 일동병원으로 후송돼 쓰쓰가무시 확진을 받은 뒤 다시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패혈 쇼크로 위독한 상황이다. 폐와 간 등 장기가 이미 망가진 상태로 확인됐다. 건강하던 한 병사가 불과 10여일 만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김 상병의 부친 김석기 씨는 "초기에 진단을 받고 항생제를 먹으면 하루 이틀 만에 호전될 병을 방치해 병세를 악화시켰다"며 "믿고 보낸 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과연 누가 아들을 군에 보낼 수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김 상병의 모친 역시 식음을 전폐한 상태에서 심각한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육군본부와 국방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병사의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문제를 크게 비화시키느냐"면서 "병사의 상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병세 호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김수한 · 민상식 기자 >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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