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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비리’ 넘어 ‘조희팔 정관계 로비’ 의혹도 밝혀질까

경향신문

부장검사급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51)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시작된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수사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번 수사로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에서 확인된 조씨의 비자금 규모만 400억원대다. 특임검사팀이 조씨가 만든 비자금 용처를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하면 김 부장검사를 뛰어 넘는 정·관계 비리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특임검사팀은 최근 대구지검 특수부와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로부터 조씨와 관련된 수사기록을 전부 건네받아 분석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올해 검찰에 붙잡힌 조씨 일당은 총 3명이다. 대구지검은 지난 2월 다단계업체 씨엔의 대구지역 사업전무 황모씨(54)를 구속했다. 이어 5월에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같은 회사 운영위원장 최모씨(55)와 사업단장 강모씨(44)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08년 7~10월 수사망이 좁혀오자 조씨의 지시로 회사 돈 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측근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광준 부장검사가 14일 서울서부지검 특임검사팀에 재소환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조씨는 다단계 수익금 가운데 400여억원을 양도성예금증서(CD)로 보관했다. 빼돌린 돈은 주로 조씨의 내연녀 정모씨(47)와 최측근 강태용씨(51)를 통해 세탁됐다. 중국으로 도피한 뒤 행적이 묘연한 강씨는 2008년 고교 동창인 김 부장검사에게 차명계좌를 통해 2억4000만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조씨는 CD를 회사 임직원과 전·현직 경찰관 명의의 대여금고에 보관하다가 이를 현금으로 바꿔 차명계좌에 분산 이체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며 "경찰이 밝힌, 김 부장검사에게 송금된 돈도 이 같은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향후 김 부장검사가 구속되면 특임검사팀은 조씨 일당의 비자금 조성과 도피를 도운 비호세력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씨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던 전·현직 경찰관만 최소 3명이다.

이들 중 현직인 정모씨와 전직인 이모씨는 조씨를 위해 직접 대여금고를 개설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검사팀이 받은 수사기록에는 대여금고 개설 여부뿐 아니라 이들 명의로 된 해외 신용카드 거래내역,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의 밀항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경찰 간부에 대한 수사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2008년 10월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조씨에게 압수수색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권모 전 총경을 내사했다. 하지만 조씨의 소재 파악이 어려워 내사가 중단된 바 있다.

특임검사팀은 이날 유진그룹과 KTF 측에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로 김 부장검사를 이틀째 불러 조사했다.

특임검사팀은 김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법리 검토를 거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수사 가치가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가감없이 확인하고 있다"면서 "특별검사처럼 기간이 정해져 있거나 (대상에)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 연루자들을 포함해) 나오는 모든 것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 구교형·남지원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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