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한탕 노리는 사람들

2012. 10. 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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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경륜등 사행산업 매출 40% 급증경마장 1140만명'북적'..대부분 서민층영등포 경마객장 한곳만 작년 매출 5천억

울산에 사는 중소기업 직장인 김 모씨(44)는 지난 6월 '배당 수수료 없는 인터넷 경마에 참여하세요'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종종 경마를 해왔던 김씨는 귀가 솔깃했다.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급여도 늘지 않던 차에 인터넷 경마에 뛰어든 김씨. 무한 베팅이 가능하고 스마트폰으로도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이 파멸의 시작이었다. 몇 만원씩 소액 베팅을 하던 김씨는 몇 달 새 월급을 가불해 불법 경마에 쏟아붓고 부족하자 사채까지 손을 댔다.

결국 김씨는 불법 경마 중계 조직과 함께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조직이 반년 동안 불법 경마 사이트 등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모두 4억5000만여 원에 이르렀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해 한국 경제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경마ㆍ복권 등 사행산업만 나 홀로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계속된 일자리난으로 구직 활동보다 '한탕'을 노리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셈. 하지만 사행산업에 몰두하는 사람 중 서민이 많다는 점에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 천문학적 규모 사행산업 29일 한국마사회 등을 조사한 김영록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마산업은 지난 한 해 매출액이 7조7000억원대에 이른다. 특히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장외경마장을 포함한 전체 입장객 수는 114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1108만명) 증가했다.

1인당 지출액은 47만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3.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영업장으로는 최고 영업 성적을 기록한 마사회 서울 영등포지점은 지난해 137만명이 출입해 매출 5097억원을 올렸다. 김영록 의원실 경성섭 보좌관은 "경제가 불황이면 사행산업도 침체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사 결과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이용자들이 대부분 서민이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마뿐만 아니라 전체 사행산업 증가도 눈에 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감독위원회(사감위)'의 지난 8월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행산업 전체 매출은 18조2629억원으로 5년 전(12조865억원)보다 40% 이상 커졌다. 경마ㆍ경정ㆍ카지노ㆍ경륜 등 6대 합법 사행산업이 조사 대상이었다. 아울러 집계가 힘든 불법 도박산업의 전체 규모도 아주대 산학협력단 2008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53조원 정도로 추정돼 합법 영역을 훌쩍 뛰어넘는다.

◆ '규제 완화' 둘러싼 논란 그러나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들이 "규제를 풀어달라"고 나서 사행산업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들 부처는 세수 확보와 관련 산업 활성화를 내걸고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조건적 규제 완화는 위험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락, 스트레스 해소 등 순기능도 있지만 아직 중독, 범죄 악용 등 어두운 면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교헌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적 측면으로 보자면 중독, 불법 시장 같은 사회부담비용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다만 순기능과 역기능을 구별할 만한 측정 도구가 없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윤재언 기자 / 조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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