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마리 담긴 포대.. 금강 물고기 씨 마르나

2012. 10. 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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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충남 부여군 백마강·구드레나루터 건너편에서 발견된 200여 포. 침전물이 바닥으로 흐르면서 심한 악취가 풍기고 2차 오염을 증가시키고 있다.

ⓒ 김종술

금강 물고기 떼죽음이 사고 발생 6일째에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금강에는 폐사된 물고기를 수거하고 돌아서면 다시 떠오르는 현상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은 강가로 밀려온 물고기를 포대에 담아 둔치에 방치하는 등 종합대책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기자는 25일 오전 7시부터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와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들과 현장 확인에 나섰다. 우선 충남 부여군 백마강·구드레나루터 건너편을 찾았다. 약 200포 가량의 죽은 물고기가 담긴 포대가 널러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심한 악취와 함께 포대에서 침전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마릿수를 확인하기 위해 그 중 한 포대를 풀어헤치자 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한 포대에 담겨 있는 물고기는 모두 219마리. 쌓여 있는 포대에 담긴 물고기만 어림잡아 약 4만 여 마리에 이른다.

다시 '백제보' 인근으로 자리를 옮기자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제(24일) 수거한 것으로 보이는 포대가 강변 5~10m 지점에 30여개가 놓여있다. 여기에 더해 상류 쪽에 모아놓은 50여 포대가 추가로 보였다. 다시 한 포대를 골라 마릿수를 세어 보았다. 작은 물고기까지 300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대략 2만 여 마리를 넘어선다.

오늘 확인한 '백제보'에서 황산대교까지 직접 확인한 포대자루만 500여 포. 한 포대당 200마리만 잡아도 어림잡아 100,000마리로 추산된다.

ⓒ 김종술

이번에는 전날 관계기관에서 집중수거를 한 부여군 장하리 폐준설선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죽은 지 3~4일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사체들과 함께 힘없이 죽어가는 물고기가 물가에 떠밀려 와 있다. 이곳에서 발견한 포대는 130여 개에 이른다. 대략 3만여 마리에 달하는 양이다.

그런데도 물가에는 죽은 물고기가 널려있다. 앞서 가던 대전녹색연합 활동가가 "어제 수거를 한 것이 맞느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사람의 출입이 잦은 곳은 수거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급경사지역이나 물가에 수풀이 우거진 곳에는 물고기 사체로 가득했다.

오전 10시경 관계기관 수거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날 투입된 수거팀도 전날과 비슷한 부여군, 환경부, 수자원공사 등에서 150여 명이 투입됐다. 화물 차량에는 포댓자루가 가득 실려 있다. 한 관계자에게 '오늘 투입된 곳은 어느 어느 지역이냐'고 묻자 "우린 가라고 해서 올 뿐 아무것도 모른다"며 황급히 자리를 뜬다.

하류로 다시 이동하던 중 부여군 소속 금강 지킴이라고 밝힌 사람이 차량을 막아선다. 그는 "강변에 왜 가느냐. 어제오늘 확인을 하고 있는데 죽은 물고기가 없다. 황산대교(논산) 부근에서 한 마리가 떠내려가는 것을 수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악취와 노동에 시달리던 수거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등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오늘 투입된 수거팀도 어제와 비슷한 부여군, 환경부, 부여군, 수자원 등 150명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김종술

기자가 '어제 수거된 죽은 물고기 자루가 널브러져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그쪽은 내 구역이 아니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또 다른 수거팀 관계자도 "죽은 물고기가 없다. 수거가 끝났다"고 말했다. 말을 맞춘 듯 거짓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보행교가 있는 부여군 사산리를 찾았다. 이곳은 준설로 인해 강변 모래가 사라지고 펄층이 드러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곳이다. 부여군 소속이라고 밝힌 수거팀이 물 가장 자리에서 보호 장비도 없이 자루와 집개만으로 수거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논산시 강경읍 황산대교를 찾았다. 강변에 널려있는 논산시 쓰레기봉투에 물고기 사체가 가득하다. 이날 백제보에서 황산대교까지 약 30km 구간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간간이 직접 확인한 물고기 포대만 약 500여 개로 어림잡아 10만 여 마리에 달한다. 때문에 일행들은 '죽은 물고기가 없다'며 감추기에만 급급한 수거팀들의 답변을 떠올리며 씁쓸해했다.

심현정 대전충남연합 활동가는 "강 둔치에서 수달이나 너구리가 죽은 물고기를 먹은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며 "수거한 물고기 포대를 강변에 방치해 침전물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은 시간이 갈수록 4대강 공사에 의한 준설과 보막이 때문인 것으로 모이고 있다.

정민걸 공주대 환경학과 교수는 "여름에는 본류 중층 이상과 지류·지천 여울에 사는 물고기들이 가을이 되면 추위를 피해 본류로 내려오고 저층으로 내려간다"며 "이번에도 물고기들은 예전과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유입된 유기물과 이상 증식한 녹조가 4대강 사업의 대형보에 의해 개조된 인공호 바닥에 쌓여 부패하면서 저층이 산소 결핍 상태가 돼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거듭 "백제보로 인해 물고기들이 갇힌 상태에서 대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 가장 큰 문제는 물고기들의 다음 세대를 이을 알을 낳을 성체들이 거의 다 죽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여전히 죽어가고 있는 물고기가 확인돼 떼죽음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두 마리 보이던 메기가 오늘은 대규모로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죽은 물고기로 인해 금강이 썩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김종술

금강 물고기 떼죽음 원인은?[미니 인터뷰] 정민걸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

정민걸 교수.

ⓒ 심규상

- 금강 물고기 떼죽음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결론적으로 백제보로 인해 물길이 막히면서 물고기들이 갇힌 상태에서 대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일반적으로 여름철 본류 중층 이상과 지류·지천의 여울에서 사는 물고기들이 가을이 되면 추위를 피해 본류로 내려오고 저층으로 내려간다. 이번에도 물고기들은 기온이 급강하하자 이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대형 백제보 아래 개조된 인공호 바닥에 외부에서 유입된 유기물과 이상 증식한 녹조가 축적되고 부패하면서 강바닥 저층에 산소 결핍상태가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즉 백제보 하구 때문에 내려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갇힌 상태에서 집단 폐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왜 환경부는 떼죽음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환경부의 수질측정망으로는 이런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 물고기가 추위를 피해 이동하는 행동, 오염도가 심한 저층, 가을철 전도현상 등을 복합적으로 이해해야만 설명될 수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원인불명'으로 결론내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원인분석도 그렇지만 환경부의 미온적인 초기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은데?"금강 곳곳에 물고기 사체가 바닥에 널려 있어 부패하면서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때문인지 초기에는 서식 공간이 성체와 다른 어린 치어들의 사체가 잘 보이지 않다가 갈수록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관계당국이 초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일을 키웠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후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물고기들의 다음 세대를 이을 알을 낳는 성체들이 거의 다 죽었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과 안일하고 무책임한 정부 당국의 대응이 금강에서 물고기들을 절멸하게 할 것 같아 안타깝다. 환경부가 인공증식을 하거나 수입하여 방류하면 되니 문제가 없다고 하는 무책임한 처신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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