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빅3 신뢰도, 문재인만 웃었다

고재열 기자 입력 2012. 10. 22. 02:37 수정 2012. 10. 22.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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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파란불, 박근혜와 안철수는 노란불. < 시사IN > 이 창간 5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신뢰도 조사를 한 줄로 요약하면 그렇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지라 이번 조사에서는 주요 대선주자의 신뢰도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단순 지지율 조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유권자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조사는 2007년 < 시사IN > 이 창간 기념으로 실시한 조사와 비교된다. 당시 조사에서도 가장 신뢰하는 대선주자와 가장 불신하는 대선주자에 대해서 물었다. 그때 조사와 비교하면 문재인·안철수 등 현재의 중도·진보 진영 후보는 당시의 손학규·정동영·문국현 후보에 비해 신뢰도가 높은 편이고, 현재의 박근혜 후보는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비해서 불신도가 높은 편이다.

정치인 불신도 중 단연 높은 수치

대체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는 지지도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미디어리서치의 이제욱 사회여론조사본부 수석부장도 "정치인 신뢰도 조사 결과는 지지도 조사와 일맥상통한다"라고 말했다. 2007년의 신뢰도 조사 결과와 2012년의 결과 모두 각종 매체가 쏟아내는 대선주자 지지도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불신도 조사 결과는 지지도와 전혀 다른 맥락으로 나타난다.

2007년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신뢰도는 34.9%였는데 박근혜 후보는 이번 조사에서 38.1%를 차지해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불신도에서는 차이가 크다. 당시 이명박 후보를 불신한다는 답변은 14.2%였는 데 비해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5.8%가 박 후보를 불신한다고 답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도 중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도곡동 땅 실소유 여부 등을 놓고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신뢰'에 관한 한 가장 취약했던 이명박 후보보다 박 후보의 불신도가 곱절 이상 높다는 부분은 이례적이다.

'신뢰'는 박근혜 후보의 대표 상품이었다. 정치적 결단의 지점에서 박 후보는 신뢰를 자주 언급했다. 그러나 '신뢰의 박근혜'는 이제 과거형이 되었다. 2007년, 2009년, 2010년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불신도는 각각 3.1%, 6.5%, 3.2%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 조사에서 35.8%로 폭증했다. 연이은 측근 비리와 캠프 내 갈등으로 인해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가 '신뢰의 박근혜' 이미지를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라 예상된다.

ⓒ청와대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위 왼쪽)은 신뢰하는 대통령 1위에 올랐다.

2007년 조사 때 박 후보는 비록 이명박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준 처지였지만 신뢰도에서는 23.2%라는 높은 수치를 얻었다. 2009년에 38%까지 치솟았던 박 후보 신뢰도는 2010년 28.9%로 다소 하락했다가 이번에 38.1%로 다시 반등했다.

2010년 잠시 신뢰도가 떨어졌을 때는 박 후보가 세종시 이전 문제로 이명박 정부와 대립하고 있었다. 당시 친박계는 "당장은 손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는데,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박 후보가 지난 총선에 이어 현재까지 '충청권 우위'를 이어가는 데에는 '세종시 투쟁' 당시 충청 유권자들에게 심어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체로 선거가 가까워오면 유권자들이 호불호를 명확히 하기 때문에 유력 후보의 지지율은 일정 수치로 수렴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지지율과 연동되는 신뢰도 역시 수렴된다. 38.1%라는 이번 조사에서의 박 후보 신뢰도는 2009년 기록한 고점을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확장성이다. 야권의 두 후보가 신뢰도를 나눠가지는 데 비해 보수층의 지지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박 후보의 신뢰도가 40%를 넘지 못한다는 건 우려할 만하다.

박근혜 후보가 오랫동안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원칙을 지킨다'는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원칙'이 변화하는 정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흔들리고 있다. 과거사 인식이 문제가 되어 사과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대통합 선대위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비리 전력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원칙'이 흔들렸다.

부동층에서 문재인 앞서는 안철수

지난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후보는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개명하고 당 색깔도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꿨다. 이명박 정부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노력이 총선에서는 적잖은 효과를 나타냈다. 박 후보는 다시 한번 '선거의 여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오른 다수 여당의 대선후보 자리는 박 후보에게 오히려 '부채의 승계자'라는 부담을 지우고 있다.

높은 불신도는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가 박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해 박 후보의 지지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하거나 응답하지 않은 층(부동층)에서 박 후보를 불신한다는 응답이 37.9%였다. 안 후보는 12.4%, 문 후보는 8.8%였다. 이런 부동층의 흐름은 안 후보와 문 후보가 단일화했을 경우에도 박 후보에게 흡수되는 표가 많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9월19일 출마선언을 한 안철수 후보 역시 이번 신뢰도 조사 결과 노란불이 켜졌다. 안 후보의 신뢰도는 27.3%로, 26.2%를 얻은 문재인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 있다. 안 후보에게 좋은 소식은, 부동층에서는 43.3% 대 24.9%로 문 후보를 앞선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최대 강점인 부동층 소구력이 확인됐다. 하지만 나쁜 소식도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37.5% 대 52.8%로 문 후보에게 신뢰도가 제법 뒤진다. 두 사람을 저울질하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안 후보보다 문 후보를 더 신뢰한다는 결과는 안 후보에게는 적신호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불신도다. 안 후보의 불신도는 25.4%로 문 후보 불신도(13.2%)의 거의 곱절에 달했다. 추석 전후로 벌어진 언론의 네거티브 공세에 적잖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 후보와 관련해 신뢰의 탑과 불신의 벽이 어디에 쌓여 있는지를 보면 안 후보의 위기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박 후보의 경우 50세 이상(50대 53.9%, 60세 이상 65.4%)과 여성(42.3%, 남성은 33.8%) 층에서 신뢰도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안 후보는 20대(45.9%)와 무당파(43.3%) 층에서 높았다. 문재인 후보는 30대(36.5%)와 40대(31.9%)에서 높았다.

불신도를 보면 박근혜 후보는 20대(48.3%)와 30대(52.2%), 남성(43.7%, 여성은 27.9%), 화이트칼라(49.4%)에서 높게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는 50세 이상(50대 34.6%, 60세 이상 33.1%)에서 신뢰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았다. 문재인 후보는 전반적으로 불신도가 낮은 가운데 30대(6.6%)와 40대(11.3%)에서 특히 낮았다.

ⓒ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사진 오른쪽)의 신뢰도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흔히 안 후보와 문 후보를 비교할 때 안 후보는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산토끼를 잡는 후보'로, 반면 민주당 정통 지지층을 본진으로 삼는 문 후보는 '집토끼를 지키는 후보'로 비유된다.

그래서 안 후보가 표의 확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번 신뢰도 조사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다.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의 대척점 위치에 있고 문재인 후보가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양상이 여러 수치에서 나타났다.

이런 식이다. 나이가 들수록 박 후보를 지지하고 어릴수록 안 후보를 지지하는데 30대와 40대에서는 문 후보를 신뢰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문 후보를 가장 적게 불신한다.

안 후보는 박 후보의 본진 격인 PK(부산·울산·경남) 지역과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불신도가 35.7%와 33.7%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11.3%와 19.8%로 안 후보보다 낮다. 신뢰·불신 지수만 보면, 안 후보보다도 문 후보의 확장성이 오히려 돋보이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문재인의 불신도가 낮은 이유

그런데 안 후보의 불신도 중에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지분'이 가장 크다(새누리당 지지층에서 48%). 새누리당 지지층이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를 '주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해석과, 안 후보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보수 성향 유권자에 대한 호소력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해석이 모두 가능한 결과다.

문재인 후보는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수치보다는 추세가 괜찮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후보는 고전적인 지지층은 그대로인 반면 불신하는 유권자가 급성장한 형국이고, 안철수 후보는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신하는 유권자가 급성장한 형국인 데 비해 문재인 후보는 신뢰도(26.2%)가 높았는데 불신도(13.2%)는 낮게 나왔다.

문 후보가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은 추석 전후 검증 공세가 안 후보에게 집중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이은 검증 공세와 대통령이 정당 소속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면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불안한 후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와 불신도도 조사를 했는데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후보는 여기서도 '박정희의 딸' 박근혜 후보에 버금가는 후광효과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2007년 6.6%에 불과했지만 서거 후 급상승해 2009년 28.3%를,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는 33.7%를 기록했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07년 52.7%였던 것이 2009년에는 41.8%로 떨어졌고 다시 이번 조사에서는 32.9%로 떨어져서 노 전 대통령보다도 낮게 나왔다. 미디어리서치의 이제욱 부장은 "인혁당 사건, 장준하 의문사 등이 환기되는 등 과거사 정국을 거치면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상반기에 조사했다면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뢰도도 2009년 12.3%에서 18.1%로 증가했다. 노무현·김대중 두 대통령의 신뢰도를 합한 수치가 51.8%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야권 후보에게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불신하는 대통령은 전두환(29.8%), 이명박(17.7%), 김영삼(8.9%) 순이었다. 이는 이들의 계승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큰 짐이 되리라 보인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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