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이트 글 RT' 박정근 징역2년 구형

2012. 10. 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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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 "장난이라도 국가보안법 위반"

누리꾼 "농담도 하지 말라는 거냐" 반발

북한 대남기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글을 트위터에서 인용(RT)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정근(25)씨에 대해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박씨는 북한의 글을 농담 소재로 삼고 심지어 조롱하려고 인용한 것이어서 검찰 구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여론이 높다.

10일 수원지법 형사10단독 이상훈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씨가 북한을 찬양하고 고무하는 글을 리트윗한 행위를 장난으로 볼 수 없고 트위터는 전파성이 상당해 이적 표현물을 올렸을 경우 사회적으로 위험성이 높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박씨가 2010년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써 온 7만2051건의 트위터 글 가운데 384건의 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문제 삼았다. 이는 박씨의 글중 0.5%에 불과하다. 박씨가 남긴 글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찰이 문제 삼은 글들은 북한을 찬양하려는 게 아니라 조롱하는 의미로 쓴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씨는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사회당원으로서 그동안 북한의 인권 문제, 3대 세습 등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장난으로 리트윗 했다고 하더라도 박씨의 글을 처음 본 사람들은 이를 이적 표현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씨의 변호인 이광철 변호사는 "검찰은 법정에서 '박씨가 북한을 풍자하고 조롱한 다른 글들도 썼다고 해서 박씨가 무죄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검사의 머리 속에 풍자는 없고 '친북 아니면 반북' 밖에 없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박씨는 "특정 부분만 발췌해서 검찰이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과)는 "박정근씨의 리트윗이 징역 2년을 구형해야 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위험한 것이었나요? 한국사회가 농담성 리트윗에 형사처벌을 가해야 할 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꼭 입증하고 싶은 모양입니다"라고 말했다.

배우 김여진씨는 "농담에 징역 2년…"이라며 검찰의 기소를 비판하는 글들을 잇따라 리트위트했다. 트위터이용자 @lunabo***는 "박정근 사건이 끔찍한 이유. 검찰은 그의 말이 농담이란 걸 애써 부정 않는다. 요는 농담도 하지 말라는거다. 우리는 농담의 자유가 아니라 전면적 사상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한다"고 비판했다.

박정근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최후진술서도 화제다.

박씨는 이 진술서에서 "그런 글들을 들고 제가 북한에 간다고 해서 환영을 받을 수 있는 몸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진보인사들에게 많은 이들이 하는 말들이 '그렇게 북이 좋으면 북으로 가라' 라는 말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북에 가도 좋은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남한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보장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 고작 4반세기를 살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이 시대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습니다만 그 전에 솔직히 좀 가혹하고 슬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2월20일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와 외신(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BBC, AP 등)들은 지난 2월 박씨 사건을 소개하며 "유엔(UN)과 인권 단체들이 오랫동안 한국 정부에 국가보안법의 개정이나 폐지를 요구해 왔는데도 한국은 아직도 국민들의 북한 웹사이트 접속을 막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비판했다.

박씨에 대한 선고 공개재판은 다음달 21일 오전 9시40분에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광철 변호사는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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