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안철수 포럼'에 모여드는 사람들
ㆍ정책네트워크 '내일' 공개 모집에 신청한 개설자 및 단체는 누구?
위태위태하다. 위험해 보인다. 무소속 후보의 한계일까. 안철수 대선후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외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돋보인다.
2012년 대선조직의 화두는 수평적 네트워크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가장 잘 구현한 것은 안 후보 쪽이다. 9월 24일, 안철수 캠프는 "선거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 "가치와 지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라며 개념도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기존 대선후보 싱크탱크가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라면, '열린 마음으로 전문가들과 대화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과 비전을 만들어가는' 안철수 후보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각 포럼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말하자면 웹(web)구조를 갖고 있다고 형상화했다(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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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0월 4일 광주 충장로를 걸으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
하루 전날인 9월 23일,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첫 번째 포럼이 열렸다. 주제는 '국민이 선택하는 내일을 위한 혁신'이었다. 첫 번째 포럼 참석자들을 분류해 본다면 소셜IT벤처 및 비영리단체(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 호창성 viki 대표, 이은애 씨즈 대표)와 과학기술인(곽재원 교수, 정재승 교수, 정지훈 교수)이다. 9월 25일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하는 혁신경제'를 주제로 열린 두 번째 포럼의 참석자들은 복지와 경제 전문가들이다. 포럼에 참석한 경제전문가들의 면면을 보면 다른 캠프, 특히 문재인 캠프의 '영입대상'과 겹치는 인물들이 많다. 추석 직전, 문재인 캠프는 정책을 담당하는 '미래캠프'를 발표하면서 남북경제연합위원회 구성 명단을 발표했다. 문재인 캠프에서 영입한 인사들 중에는 안철수 후보 측에서 상당한 공을 들이는 인사들도 여럿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들은 '문-안 캠프의 물밑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양 캠프의 인재 영입 경쟁을 보도했다.
문-안 캠프의 물밑 영입전쟁
물밑 영입 전쟁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10월 4일 새벽, 특정 전문분야의 원로급에 해당하는 한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민을 털어놓았다. "캠프로부터 참여 권유를 받고 있는데 들어가는 것이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지인으로 등록해 있는 인사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전쟁터'에 직접 뛰어들 것이 아니라 '자문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정도의 포지션을 갖는 게 좋겠다"는 의견과 "실제 캠프에 참여해서 평소 주장해오던 국가정책 변화를 이끄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이 교수와 통화했다. 교수에게 참여 권유를 해온 곳은 양쪽 모두 다였다. 이 교수는 "원하는 국가의 정책 변화 방향이 있는데, 과연 그것을 끝까지 끌고나갈 생각이 있는지 진의를 확인해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부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장하성 교수 영입은 문 캠프에 대해 안 캠프가 내놓은 회심의 반격이다. 문 캠프는 그동안 소액주주 소송 등으로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장 교수의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안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일로 (문 캠프 쪽이 받은) 타격은 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교수는 안 캠프에 단순 합류한 것이 아니다. 시민 공모를 통해 '진심캠프'로 이름 지은 안 캠프의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정책위는 다시 분과를 나눠 분과별로 시한을 못박고 공약 개발에 들어갔다. 장 교수는 전체를 총괄해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장 교수 관계자는 "이미 출마선언 전부터 안 후보 쪽과 장 교수가 의기를 투합해온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업은 쉽지 않다. 전력이든 인물이든 절대 열세다. 다음은 안 후보 캠프 관계자의 말. "쉽게 말해, 박근혜 캠프에는 우리나라 모든 국책연구소가 결합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모 국책기관의 경우 '각 분야에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올해 초 연구과제로 받았다. 이때 안은 하나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A안, B안. 경우의 수를 모두 만든다. 정권교체는 주요 변수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B안을 만든다. 두 안은 모두 고스란히 새누리당으로 넘어간다. 새누리당은 이미 만들어진 내용에서 자기가 필요한 것을 뽑아내면 그만이다. 각 분야 정책에서 핵심 캐치프레이즈도 이미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민주당은 의원이라도 있으니 국정질문을 통해 자료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안 후보는 국책연구소에 그런 끈이 없다. 정책포럼에 참여한 교수의 개인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만든 까닭엔 외부 전문가와 일반시민 및 캠프의 '소통'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9월 25일, 안 캠프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함께 만드는 포럼'을 공개모집했다. 안 캠프에 따르면 약 420개의 소모임과 포럼이 응모신청을 했고, 그 중 1차로 20여개, 다시 2차로 2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블로그, 트위터, 홈페이지도 일제히 개설했다. '제3자 사칭 개설' 논란이 일었던 '안철수캠프(@ahnspeaker)' 트위터 대신 안철수 진심캠프(@jinsimcamp) 트위터를 개설했다. '안철수캠프' 트위터 사용 정지는 이숙현 부대변인이 트위터 본사에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캠프는 정책포럼 내일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포럼 리스트를 공개했다.
장하성 정책팀 vs. 내일포럼 관계는?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장하성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정책팀과 SNS·포털카페 등을 매개로 진행 중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들(이하 내일포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안철수 캠프와 내일포럼의 관계에 대해 캠프 측이 올려놓은 FAQ가 있지만 그걸로 설명은 충분치 않다. 공개된 40여개 명단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구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현재까지 인터넷 상에 공개되어 있지 않은 포럼이 다수다. 게다가 포럼 이름과 개설 취지만으로 그 포럼을 운영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등도 확인되지 않는다. < 주간경향 > 은 내일포럼 측이 밝힌 명단을 근거로 추적해봤다.
그 중 10여개 포럼 운영자와 연락이 닿아 취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천차만별이었다. 여러 개 포럼 개설을 신청해 그 중 하나를 선정 받은 이도 있었다. 포럼이라고 하지만 개인 차원의 '아이디어'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었다. 포럼 개설 신청자들은 대부분 이메일을 통해 등록 사실을 회신받았다. 캠프 관계자와 사안과 관련해 대면접촉을 한 경우는 '미래와 융합'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정지훈 명지병원IT융합연구소 소장과 과학기술인이행복한나라 포럼 운영자 이외에 접촉한 한도 내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전화통화의 경우 들쭉날쭉하다. 대부분의 포럼 개설자는 포럼 선정 이후 전화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대면접촉이나 유선통화 여부는 사실 중요하다.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만큼, 실제 제대로 진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 '스크린'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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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대변인실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기존 대선후보 싱크탱크'와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차이를 보여주는 개념도. |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 |
포럼 개설자 중에는 포털에 개설된 안 후보 사설 팬클럽의 운영자도 있다. 이 팬클럽이 낸 포럼 개설안 중 두 개가 내일포럼의 40여개 포럼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팬클럽의 공지를 보면 "회원들의 요구를 모아 안후보 대변인에게 전달하겠다"는 공지 글이 나온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안철수 캠프와 팬클럽이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포럼 개설자는 아예 자신이 '이전부터 안 후보에게 앞으로의 행보를 조언해오던 특별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 개설자는 자신이 안 후보에게 개인적으로 비밀리에 보내던 메시지를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물론 '문제 있어 보이는' 포럼 개설자는 극히 일부다.
페이스북 상의 안철수 대변인 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의 얼굴사진을 내건 또다른 포럼은 대변인 페이지의 댓글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비공식 팬 페이지라고 밝히고 있지 않아 공식 페이지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이 포럼의 전신은 이명박 지지를 표방하는 단체였다.
안 후보 쪽이 경계하고 있는 CS코리아의 경우도 비슷하다. 정기택 명사랑 회장, 오성섭 6·3동지회 사무총장, 박종구 4·19혁명부상자회 회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명박 지지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CS코리아의 박남근 사무총장은 10월 3일 기자와 통화에서 "진심캠프 5층에 CS코리아 핵심회원 4명이 자원봉사 요원으로 결합해 있다"며 "진심캠프가 입주해 있는 공평빌딩 11층에도 우리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는 안 캠프가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가 쓰던 곳"이라고 주장했다. CS코리아 측에 따르면 11층에 있는 사무실은 '미디어 홍보 중 특수업무' 하나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 '특수업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주태 CS코리아 상임공동대표는 "'다함께 행복한 세상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 이름도 쓰고 있는데 CS코리아와 똑같은 단체라고 보면 된다"며 "CS코리아를 흔히 철수코리아의 약칭이라고 생각하지만 정확한 풀네임은 Change Success Korea다"라고 말했다.
"비공식팬클럽과 선 긋는다"
포럼들이 애초에 기획한 것처럼 정책에 대한 시민·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창구로 제대로 기능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 스크린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원재 정책기획팀장(전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등록되어 있는 포럼들은 각자 모두 캠프와 무관한 독립적인 포럼이며, 등록단계에서 스크린을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책을 내오는 과정은 포럼들 사이의 토론을 통해 결정되는데,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스크린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건 캠프의 공식 입장이다. 캠프 주변에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역시 포럼 신청을 해 등록한 한 포럼 운영자는 "사실상 캠프로서는 스크린할 만한 여력은 없다고 본다"며 "전문가 그룹과 네트워크 그룹을 따로 구축하다보니 이런 문제들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캠프 관계자는 "앞으로 안 후보와 관련한 팬클럽은 '○○의 생각'의 형태로 교통정리해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식화할 계획"이라며 "그렇게 되면 특정한 사적인 이해관계로 만든 비공식 팬클럽 등은 차츰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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