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농도 불산에도 폐손상·전신 독성".. 심각성 모르는 정부

2012. 10. 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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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장기간 피해 진행.. 위험성 과소 평가"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정부 뒤늦게 합동조사국감서 주민대피령 성급 해제 등 부실대응 질타

[세계일보]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정부합동조사단이 5일 조사활동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불산가스에 노출되면 낮은 농도라도 지연성 폐 손상 등 합병증을 앓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한목소리로 꾸짖었다.

◆저농도 불산가스도 인체 영향 심각

정부 재난합동조사단은 국무총리실 안전환경정책관을 단장으로 행정안전부, 환경부, 농림부 등 9개 부처 23명과 민간전문가 3명 등 모두 2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날 구미시청에서 상황을 보고받은 뒤 사고 현장과 산동면 봉산리 등 인접지역을 조사했다. 조사단은 7일까지 주민 인명피해, 환경오염 실태, 농·축산 피해, 근로자 피해, 산업단지 안전관리 실태·피해를 조사한 뒤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포함한 재난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불산가스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계명대 의대 응급의학과 김성진·서익권 박사가 지난해 2월 대한응급의학회지에 제출한 '불화수소산에 의한 흡입손상 환자의 체험 1례' 논문에 따르면 저농도 불산가스에 노출되더라도 지연성 폐 손상, 저칼슘 혈증, 전신 독성 등의 합병증을 앓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박사는 "화학적 손상은 소나 사람이나 똑같이 입는다"며 "(사고 지역) 소가 콧물을 흘리는 것은 불산으로 인해 기도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이날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미 불산 누출 사고도 '보팔 참사'처럼 장기간에 걸쳐 피해가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팔 참사는 1984년 인도 마드야 프라데시 주 보팔 지역의 유니언 카바이드 공장 폭발로 유독 가스가 누출된 사고다. 회견에 참석한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사람이 고농도 불산에 노출돼 뼛속에 불산이 잔류하면 반감기가 최장 20년이어서 뼈 자체에 손상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는 사고 현장에서 검출된 불산 농도가 낮아 문제가 없다며 지난달 28일 오전 3시30분 사고 경계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했다. 구미시도 같은 날 오전 11시 대피 주민을 귀가조치했다.

◆국감서 환경부 부실 대응 질타 이어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이날 환경부 국정감사는 불산가스 누출사고에 대한 환경부의 어설픈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무소속 심상정 의원은 "현장조사를 마치기도 전인 지난달 28일 환경부가 '심각' 단계 해제 공문을 발송했고, 구미시는 경계경보 단계에서 성급하게 주민대피령을 전면 해제했다"면서 "이는 당일 오후로 예정됐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방문을 대비한 조치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사고 다음날인 28일 새벽 사고 현장에서 불산이 1∼5ppm 측정됐는데 인체 영향 농도인 30ppm보다 낮아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30ppm은 즉시 사망이나 심장마비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수치인데 이보다 낮다고 안전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은 "매뉴얼에는 인명구조, 제독 작업, 잔류오염도 조사를 한 뒤 주민 복귀 결정을 하도록 돼 있는데 종료 선언 5시간 반 전에 주민을 복귀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번 불산가스 누출사고와 관련한 2차 피해가 급속도로 늘어나 이날까지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이 1594명으로 하루 전 893명에 비해 700명 늘었다.

우상규 기자, 구미·대구=장영태·문종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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