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계 일류 기업엔 폭음같은 삼류 문화 없다"

권승준 기자 2012. 9. 2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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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이래 최대 '절주 캠페인' 인사고과에 반영

"'술 못 마시면 성공 못 한다' '술자리 피하면 비겁하다' '술이란 조직생활의 필수'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잘못된 술 문화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19일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가장 강도 높은 절주 캠페인에 돌입하는 배경에 대해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술 때문에 임직원들의 건강이 망가지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여기에 그 가족들까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는 왜곡된 음주 문화를 고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란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의 키워드(key word)는 '강권'과 '폭음'"이라며 "술 못 마시는 사람에게 억지로 먹이고, 자신의 주량 이상으로 마시는 문화를 없애지 못하면 영원히 2류 조직 문화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2004년에도 폭탄주와 폭음을 없애자는 캠페인을 내부적으로 벌인 적이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까지 나서서 "세계 일류 기업 중에서 아침부터 술 냄새 풍기며 출근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기업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음주를 업무 능력으로 보는 등의 사회 분위기에 밀려 캠페인은 흐지부지됐다.

삼성은 이번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이번 캠페인은 2004년과는 질이나 양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2004년에는 회사 건물 내에 '폭탄주의 끝은 패가망신' '폭음 한 번에 뇌 세포 10만개가 파괴된다'는 등의 포스터를 붙이는 선에서 끝났다. 절주를 권고하는 수준이었다. 이번은 다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예전처럼 권고사항 수준이 아니라, 인사 제도까지 연계해 '폭음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커리어까지 위험해진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강력한 음주 문화 개선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수준으로 진행하다가, 내년부터 절주 강의를 임직원 교육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인사에도 반영하는 '2단계 전략'으로 캠페인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주 캠페인의 내용과 쏟아 붓는 물량도 다르다. 경고 문구만으로 채워졌던 과거와는 달리 '벌주' '원샷 강요' '사발주' 등 구체적인 술자리 관습을 '3대 음주 악습'으로 규정하고 관계사 전체에서 금기사항으로 선포했다. 또 올 연말까지 삼성 전 임직원 21만여명을 상대로 사내방송, 웹진과 사외보 '삼성앤유' 등 삼성 내부 모든 미디어를 통해 캠페인을 펼치고, 전 임직원에게 절주 서약서도 받을 계획이다. 또 술을 과도하게 마신다고 인정되는 임직원은 사내 알코올센터에 보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음주 습관에 대한 상담을 받게 할 방침이다. 특히 임직원들의 폭음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인 그 가족들까지 절주 캠페인에 동참시킬 예정이다.

폭음 문화의 '핑계'이자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업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안 마련에도 적극 나선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폭음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는 것 때문인데, 이것을 못 바꾸면 결국 '폭음'과 '강권'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며 "스포츠 동아리 등에 파격적인 지원을 할 것이며, 당장 올 연말 삼성 임직원들의 송년회부터 완전히 달라진 회식 문화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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