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좌파' 몰린 해사 교관의 기막힌 사연

권오균 인턴 기자 입력 2012. 9. 5. 10:16 수정 2012. 9. 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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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학교 국사 교관 김 아무개 중위(30)의 사무실로 기무사가 들이닥친 건 지난해 4월6일이었다. < 해방전후사의 인식 > <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 와 같은 서적 600여 권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압수해 갔다.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국가보안법 위반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었다. 2009년 3월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그해 6월부터 해사 학생들에게 국사를 가르치던 김 중위는 군사재판을 오가는 처지가 되었다.

군 검찰이 내놓은 증거는 사무실에서 압수한 책과 김 중위가 싸이월드에 남긴 글이었다. 기무사는 김씨가 입대 전해인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정황을 그가 쓴 글을 통해 확보했다. 김씨는 2008년 6월3일 싸이월드 클럽에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고 적었다. 민간인이던 시절 온라인에 썼던 글을 일일이 뒤진 결과 김씨가 군사재판에까지 서게 된 것이었다.

ⓒ김중위사건대책위 김 아무개 중위는 입대 전에 촛불집회에 참여한 글을 올렸다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김 중위 변호를 맡은 송상교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군 검찰이 김 중위를 기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집시법 위반 혐의를 끼워 넣었다. 집회에 참가한 소회를 지인들과 나누기 위해 써놓은 글까지 증거로 들이미는 건 어떻게든 처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중위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보수 언론은 "군대 내 김정일 추종 세력을 색출해야 한다"라고 색깔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도 맞장구를 쳤다.

2011년 11월27일 해군 보통군사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벌금 2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 검찰이 제시한 서적 중 일부를 이적물로 인정했다. 2012년 7월29일 항소심에서 김 중위는 국보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 헤겔 법철학 비판 > 을 발간한 이론과실천사 김태경 대표는 "이 책은 170년 된 인류의 고전이다. 북한이 이미 헌법에서 유물론을 폐기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마르크스와 북한을 연결시키려는 것은 비뇨기과 의료서적과 포르노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이다"라며 국보법 무죄판결을 환영했다. 하지만 집시법 위반은 인정되어 벌금 20만원 형을 받았다. 미니홈피를 '털어' 걸린 죄목이다. 해군의 상고로 김 중위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기소휴직'(기소가 된 군인을 강제로 휴직시키는 제도)을 당한 김씨는 원래 지난 5월31일이 전역일이었다.

권오균 인턴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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