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교회', 복마전으로 변한 성전

이규대 기자 입력 2012. 9. 1. 14:52 수정 2012. 9. 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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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임준선

이명박(MB) 대통령과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장로를 지냈고, 이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권사를 지냈던 교회. MB 정부 인사의 핵심 키워드인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 라인의 주요한 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교회. 서울 강남의 대형 교회인 소망교회를 가리키는 말들이다. 이렇듯 'MB의 교회'로 유명한 소망교회가 최근 들어 끊임없이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일부 성직자 및 신도들과 김지철 담임목사 사이의 날선 대립이 불거지면서다. 소망교회 내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소망교회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제는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교회 설립자이자 초대 담임목사였던 곽선희 목사가 물러나고 김지철 목사가 뒤를 이으면서였다. 부목사·장로 등 주요 직위를 맡은 인물들 사이에서 전임 곽목사 시절 힘을 가졌던 계파 그리고 신임 김목사를 추종하는 계파 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목사파가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곽목사파가 위축되어갔다. 소망교회측 관계자는 "대통령이 바뀌면 장관이 바뀌듯, 2대 담임목사 체제로 넘어오는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수순이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주요 직위에서 밀려나가는 곽목사파측의 입장은 달랐다. 불만이 컸다. 이에 따라 교회 내부에서는 부목사의 선임 과정과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끊임없이 잡음이 발생했다. 지난해 김지철 담임목사가 최 아무개 전 부목사, 조 아무개 부목사로부터 폭행당한 일은 지속적으로 쌓여온 불만이 극적으로 표출된 사례였다.

곽선희 목사 물러난 후 세력 갈려 갈등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목사의 교회 운영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점차 커져갔다. 김목사가 교회의 각종 건설 및 리모델링 사업, 부동산 거래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김목사측 세력과 이른바 '반대파'가 서로 격렬히 맞서게 되었다. '반대파'에 속하는 이 아무개 장로는 "교회의 의결 기구인 당회 등에서 의견 대립으로 언성이 높아지는 사례가 잦았다. 회의 자체가 파행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일이 최근까지 약 40차례 정도 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일련의 극한 대립 양상은 지난 2006년 이래 40여 건의 소송을 낳았다. < 시사저널 > 이 만난 양측 관계자들은 그 소송의 세세한 내역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기를 꺼렸다. 다만 '반대파'측에서 김목사의 부목사 인사권 행사 및 교회 사업 운영 등이 절차적으로 정당했는지를 걸고넘어지는 민사 소송이 중심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들 소송은 재판을 통해 대부분 기각되거나 무혐의 처분되었다. 이를 근거로 김목사측은 "담임목사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무리하게 소송에 나섰다는 증거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목사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왜 모두 무혐의가 나왔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판결이 많았다. 현 정권 들어 가급적 대형 교회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검찰의 태도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 교회가 'MB 교회'로 알려지면서 그저 조용히 덮으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대통령은 지난해 말까지 소망교회 장로직을 유지했으나, 현재는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매주 한 번씩 교회 예배에 참석했지만, 비판적 시선 탓에 현재는 출입을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대통령과 김목사 사이에 장로와 담임목사로서의 관계는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목사는 목회 자리나 각종 행사에서 수차례 이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25일, 이대통령의 장로 은퇴식 당시에도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으로서 공무를 수행할 때 지혜를 더하셔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대통령으로 맡은 사명을 잘 감당하게 하옵소서"라고 축원했다. 지난해 문제의 폭력 사태 직후 김목사측의 한 장로는 관할 경찰서장이 참석한 교계 행사에서 "이대통령이 김목사에게 위로 전화를 했다"라는 발언을 해 이른바 '청와대 압력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시사저널 > 취재 결과, 그동안 두 세력 사이에는 알려지지 않은 내부 폭력 사태도 빈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폭력을 행사했으며, 저마다 자신들이 피해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목사측 관계자는 "그들(반대파)이 어떤 사람들인 줄 아는가. 지금까지 여러 폭행 사건이 있었다. 당회에서 거론되는 일들이 불합리하다고 (폭력이) 일어난다든지, 맘에 안 드는 목사를 걷어찬다든지…. 우리 교인이 아니라 교회를 훼방하기 위한 음해 세력으로까지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한편 반대파측의 한 관계자도 "(김목사측이) 우리에게 수없이 폭력을 행사했다. 넥타이를 잡히는 바람에 생긴 상처가 아직도 내 목에 남아 있다.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었다. 장로나 집사들의 가족들에게 전화나 편지로 협박하는 경우까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양측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고조되어온 가운데, 최근에는 '집사회'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반대파'로 분류되며 김목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일부 집사들이 중심이 된 조직이다. 이들 집사는 소망교회 설립자인 곽선희 전 담임목사와는 사적 인연이 없는 이들로, 이제까지의 소망교회 운영 전반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인물들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표해 이 아무개 집사, 조 아무개 집사가 최근 '김목사와 일부 장로들이 교회 자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렸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급기야 교회 재산을 횡령했다는 민감한 의혹까지 터져 나오면서, 소망교회 사태가 극한 대립으로 나아가는 모양새이다.

알려지지 않은 내부 폭력 사태도 빈번

집사회를 비롯한 반대파측의 주장은 이렇다. 김목사가 취임 이래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건설 사업을 지나치게 자주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검은돈'을 벌어들인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32쪽 상자기사 참조). 소송을 제기한 이집사는 "소망교회의 신도들을 대표해 참담한 심정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목사의 불법과 부정 의혹이 계속 방치되면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커질 것이 우려되었고, 소망교회가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김목사측은 이들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떠한 소송에도 반응하지 않았던 김목사는 지난 8월14일, 최근의 형사 소송에 대한 공식 입장을 이례적으로 표명했다.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결코 사실도 아니다. (중략) 소송을 제기한 분들이 하나님 사랑을 누리는 교회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지금까지 소송을 제기해 하나님의 이름과 교회를 훼파한 사람들에게 교회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라는 것이다. 김목사는 "이번 고발 건까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이들은 스스로 응분의 책임을 지고 교회를 떠나야 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경고도 덧붙였다.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는 소망교회 내부 갈등은 일단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그 향배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파측에서는 "관련 의혹에 대한 명백한 증거 자료를 고소장에 함께 제출했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수면에 드러난 문제 외에도 소망교회를 둘러싼 문제를 계속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반면 김목사측은 "검찰 조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회의 한 신도는 "이대통령의 임기 말이 되니 '레임덕'(임기 말 국정 난맥상)이 교회에도 찾아오는 모양이다"라고 혀를 찼다.

고소인측이 주장한 핵심 3대 쟁점의 내용과 교회측의 해명

< 시사저널 > 은 소망교회 이 아무개 집사 등이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 및 진정서 등을 입수해 김지철 담임목사를 둘러싼 주요 의혹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고소인측에서는 "김목사가 취임한 이후 계속 건설 공사를 벌이거나 교회 부동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교회측은 "필요한 건물 시설을 확충하고 불필요한 재산을 처분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었다"라고 반박한다. 핵심 쟁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 제2교육관 부지 이중 계약 의혹

소망교회는 지난 2004년 제2교육관 신축 부지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두 개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구청에 접수된 계약서에서는 매도인 서 아무개씨에게 30억원의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계약서에서는 매매 대금으로 54억7천8백만원이 명시되어 있다. 이른바 '다운 계약서'였다. 고소장에서는 차액 24억원 상당이 김목사측의 비자금으로 조성되었거나, 설령 그것이 아니더라도 매도인 서씨의 양도소득세 탈루를 공모하는 대가로 별도의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회 관계자는 "다운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매도자의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당시의 관례를 따른 것이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자, 매도자가 계약서를 바로잡아 정상적으로 세금을 물었다"라고 해명했다. 기자가 이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교회측에 요청했으나 "언론을 통해 해명할 생각은 없다. 검찰에 제출해 조사받을 것이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 제1교육관 및 선교관 리모델링 비용 과다 지출 의혹

고소장에서는 지난 2008년, 소망교회가 제1교육관 및 선교관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과다 지출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부실 업체에 일괄 도급을 주어 공사를 진행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교회측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하청업체가 대신 공사를 수행해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 명목으로 돈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리모델링 공사에 총 47억여 원이 들었는데, 전문 공사비 감정기관의 감정 결과 20억원 상당이 적정 공사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교회가 막대한 손해를 본 대신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하청업체가 이익을 취했으며, 그중 일부를 되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회측은 "어떤 기관에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정 평가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공사 비용으로 총 30억원이 들었고, 추가 공사로 6억원 상당이 더 들었다. 실무자들이 일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조사를 해보면 알 것이다"라고 밝혔다.

■ 제주도 임야 저가 매각 의혹

지난 4월 약 1천평에 달하는 제주도 노형동의 임야를 매각한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관계 부처 및 교계의 허가 및 결의 없이, 심지어는 당회의 결의도 없이 교회 소유의 땅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교회측은 "실무자가 일을 급히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지하고, 정당한 매각 절차를 다시 밟았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소장에서는 도로변에 위치한 임야의 시세가 평당 80만원 상당인 데 반해, 실제 거래는 50만원 상당의 가격으로 매도가 이루어진 것을 두고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배임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회측은 "담당 실무자들이 적정 시세로 판단한 가격으로 거래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 밖에 해약금 변제, 토지 매각 입찰 과정에서도 배임 및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고소장에 적힌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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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대 기자 / bluesy@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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